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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그는 절대자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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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그는 절대자를 기다렸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5.2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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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공룡능선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산은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주변이 금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가져온 일인용 텐트를 치기에 적당한 곳을 둘러 보았다. 깎아 지른 산의 능선이라 해도 편안하게 누울 자리는 있기 마련이다. 그는 100여 미터를 걷다가 그런 장소를 발견하고 배낭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을 발로 고른다음 텐트를 펼치고 곧 혼자 드러누울 공간을 마련했다. 주변의 작은 나뭇가지와 가랑잎 등을 긁어모았고 작은 돗자리도 있어 누웠을 때 등이 배지 않았다.

그는 쳐논 텐트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주변은 어두워 있었다. 흐릿한 바위의 형상이 이곳은 깊은 골짜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바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드문드문 인가와 멀리서 불빛이 보이는지 살폈으나 아무것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하늘의 별들이 그저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간단하게 요기를 했으므로 지금 잠을 자도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휴가 하루를 이런 식으로 써먹을 수는 없었다.

산의 깊은 곳에서 나홀로 있다는 고독한 적막을 즐기고 싶었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고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고요함 속에서 그는 절대자를 기다렸다. 다른 아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간혹 미국에 있는 아내가 생각날 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이나 아내나 하는 일을 즐겼고 사랑했으며 각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에 서로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어도 헤어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되레 그들은 떨어져있음으로 해서 붙어 있었고 더욱 더 밀착된 느낌을 받았다. 정신의 합일은 이런 것이다. 그는 밤하늘의 별을 보았고 반짝이는 것이 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았다.

공기는 시원했고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오지 않은 더위 탓에 살짝 쌀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이곳은 쓰레기 산이 침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쓰레기로 덮힐 것은 자명한 일이었고 누구도 그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쓰레기 산의 건립은 당연했다.

쓰레기 산 예찬론자들은 인공적인 쓰레기 산이 자연적인 지금의 설악산보다 더 아름답고 더 웅장하고 더 아버지다운 씩씩한 면모가 있을 것이라고 떠들어 댔다.

사람들 가운데는 쓰레기 산이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고 어떤 식으로 완공 될지 상상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럴 즈음 정부는 설악산 쓰레기 산의 국제 공모에 들어갔다.

내로라하는 각국의 설계자들이 그럴싸한 모습을 들고 한국을 찾아 왔다. 그들은 마치 자동차를 스케치 하듯이 산을 그렸으며 그린 산들은 하나 같이 예술적 기품을 드러냈다.

스페인의 파밀리아 성당도 설악산의 쓰레기 산 만큼 웅장하거나 아름답지 못했다. 미국의 한 설계팀은 성당과 쓰레기 산의 모습을 한 장에 넣고 둘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는데 사람들은 성당보다 쓰레기 산에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워낙 공사 규모가 커서 설계비만 1조 원 이상이 드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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