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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야가 있던 곳에 쓰레기 산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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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야가 있던 곳에 쓰레기 산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4.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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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산은 실재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를 메우면서 시작됐다. 그 공사는 마치 마천루를 세우는 것 과같이 차근차근 진행됐다.

골이 깊은 곳은 끝이 뾰족해지면서 올라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곳은 서너 달 만에 능선이 생겨났고 일 년 후에는 해당 300 미터를 넘겼다.

해마다 고도는 100미터씩 높아졌으므로 1천 미터의 산이 생겨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형 전과 후를 비교하는 것처럼 1년 전의 산과 골짜기 모습과 1년 후의 그곳 모습을 비교한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부도 쓰레기 산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어렵다면 거기에 어떤 예술성을 가미해 보자는 기발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산의 모양은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인공위성 사진을 이용했다. 그리고 모양도 제각각으로 만들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꼼꼼한 기획을 세웠다.

전문가들 가운데는 산악인들이 반드시 끼었다. 그들은 히말라야를 한국에 옮겨 오는 기발한 착상을 내기 시작했고 알프스의 최고봉보다 더 가파른 직벽의 쓰레기 산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제 쓰레기 배출에 관해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생겨나는 산을 어떻게 관리해서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여론이 쏠리고 있었다.

언론들은 재벌들이 앞다투어 쓰레기 산 공모에 나서는 내용을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나 자동차를 만들었는 회사는 그것에서 번 돈을 쓰레기 산을 만드는데 집중투자했다.

그들은 공모전을 통해 우승한 설계도를 언론에 공개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마치 선계에 올라온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국민들은 분기마다 열리는 쓰레기산 공모전 최종 우승 사진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제 공모전에는 내로라하는 핸드폰 설계자나 자동차 디자이너가 응모에 나섰고 회사들은 그런 인재를 거액을 들여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신문 양면을 차지한 올해의 공모전 사진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김해평야 한가운데에 우뚝선 산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 평지에서 솟아난 산들은 거대한 피라미드를 연상시켰는데 높이가 무려 3000 미터가 넘었다.

남한의 산들은 물론 북쪽에 있는 백두산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 주변에는 300미터씩 높이가 낮은 산들이 무려 330개가 있었다. 평야는 사라졌다.

논과 밭과 가옥들은 국가 기반 시설인 공공재 건설 때문에 일시에 사라졌다. 투기꾼들은 새로운 산이 세워질 만한 넓은 공터를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이런 유망한 지역을 점찍었고 땅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산 개발 광풍은 과거 아파트 투기와 비슷한 형태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비온 뒤의 죽순처럼 우수수 생겨나기 시작한 쓰레기 산은 전국에서 무려 3300개에 이르렀다. 그 산들은 하나의 등산로로 연결돼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건강과 산의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 배낭을 꾸렸다.

챙겨야 할 것의 으뜸은 그러나 등산화나 통풍이 잘되는 아웃도어가 아니었다. 호흡기를 보호할 마스크 그러니까 방독면이 필수품이었다.

쓰레기 산에서는 이른 아침 물안개처럼 이상한 흰 구름 같은 것이 생겨났다. 학자들은 그것이 쓰레기가 내뿜는 화학물질의 일종이라고 단정지었다.

그것은 인체를 이롭게 하기보다는 해를 끼치는 것이어서 생화학전에 대비해 만들어진 삼중의 공기필터를 장착한 방독면을 써야 안전하게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독면은 필터가 하나이거나 두 개인 것에 비해 가격이 두배로 비쌌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기꺼이 세 개 짜리를 선호했다.

브랜드 옷처럼 가격 차이를 느끼는 그들은 쓰레기 산에 오르면서 필터가 하나이거나 두 개인 제품을 쓴 사람들을 한 수 아래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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