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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인보사 사태는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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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인보사 사태는 '게이트'"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19.04.2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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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정관계 유착 의혹 제기...첨단바이오법도 설전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바이오의약품 산업화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산업발전이라는 명분하에 진행해 온 친(親)기업 일변도의 규제완화 정책이 부실허가로 이어졌고, 결국 인보사 사태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약사와 정관계(政官界)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약성분 잘못 표기해도 몰랐던 식약처...부실허가 논란
코오롱생명과학이 내놓은 퇴행성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Invossa)’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시판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3400명이 넘는 환자에게 투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미국 FDA의 STR검사(유전학적 계통검사) 과정에서 약의 주성분 2가지 중 1개 성분(2액)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시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초 임상시험부터 허가 후 판매가 이뤄질 때까지 약 11년간 약의 성분이 잘못 표기됐지만 당국이 이를 몰랐던 것이다.

특히 연골세포로 알고 있었던 2액의 주성분이 변형된 신장세포(GP2-293)로 확인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폭증했다. GP2-293세포는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지난 26일 공동주최하고 “인보사 사태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물을) 걸러낼 수 없었던 우리 정부의 허가과정, 관리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정부가 ‘신약 개발’과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조급한 나머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맞교환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한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건강과대안’ 운영위원인 성공회대 김병수 교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임상시험에 대해, 퇴행성 골관절염은 희귀질환이 아니라서 국내에서도 환자를 찾기 어렵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78명을 대상으로 3상을 실시한 반면 미국에서는 1020명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를 놓고 “미국에서는 규제가 심하니까 더 꼼꼼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윤소하 의원, 정형준 사무처장, 김병수 교수.

◇개발부터 시판허가까지 ‘특혜’ 의혹
나아가 인보사에 대해서는 특혜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활의학과 의사이기도 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은 “인보사는 정부의 R&D사업이었음에도 정부가 사업결과에 대해 확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돈만 퍼줬다는 이야기다.

또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대표발의 해 2015년 12월 29일 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놓고 “이제 와서 보니 인보사를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고 말했다. 개정법에서는 제47조 2항을 통해 유전자치료에 관한 연구의 허용범위를 새로 규정했다.

식약처의 시판허가 과정도 문제 삼았다. 정 사무처장은 2017년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분과 회의에서 안전성 등을 이유로 7명 중 6명이 반대해 인보사 시판허가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류영진 전 식약처장이 취임한 달(2017년 7월)에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인보사 시판허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 사무처장은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은 산업자원부장관상, 대통령표창 등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면서, 일련의 과정을 놓고 “인보사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병수 교수도 “회의록을 살펴보면 4월에 비해 7월 회의에서 비과학적 얘기가 많았는데도 허가 타당성이 인정됐다”며 “2개월 여 만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위원명단을 공개했다 안했다 하는 등 석연치 않은 면이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 식약처 최승진 과장(왼쪽)과 복지부 정은영 과장.

◇불에 부은 기름 된 ‘첨단바이오의약품법’
‘첨단바이오의약품법’도 논란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정형준 사무처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뒤바뀐 세포에 대한 중간결과를 보고한 게 3월 22일인데 식약처는 31일이 돼서야 이를 발표했다”며 “그사이인 28일에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이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통과를 위해 발표를 지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복지위 문턱을 넘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바이오의약품의 심사·허가 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식약처 최승진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과장은 인보사 사태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허가 이전 단계에서 세포 채취·처리·보관 등에 대한 안전관리·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식약처 품목허가를 더 간소하게 만드는 내용이 핵심”이라며 “식약처가 관리제도를 강화하겠다면서 대책으로 이 법을 언급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실소를 터트렸다.

정형준 사무처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통과되면 이익을 보는 건 국민이 아니라 제약업체라는 건 기정사실화 돼있다”며 “정부가 끝까지 법 제정을 이야기하는 건 제약업체와 한 몸이란 걸 인정하는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은영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첨단바이오의약품법에 대한 이익을 제약기업이 본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생산적 논의를 해야한다”고 말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법안을 놓고는 기대, 불확실성, 위험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오랫동안 논의했고 (정부도) 극복방안을 고민한 후 제도화 한 것”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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