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06:02 (금)
그 이상 높이의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태바
그 이상 높이의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4.25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을 감상하면서도 그는 두 가지 상념에 사로 잡혔다. 절대자와 만나는 것이 첫 번째였다. 다음은 미국에 있는 아내와 만나는 문제였다.

둘 다 범상치 않은 것이지만 지금은 아내보다는 절대자에 더 집중했다. 이번 산행은 절대자를 찾기 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휴가를 내면서까지 깊은 산속에 온 것은 자신만으로는 혹은 동료들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대로 두면 전국은 쓰레기로 덮일 것이고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오염된 환경에서는 그 어떤 것도 살 수가 없다. 깊은 바다의 물고기는 물론 육지의 가축들도 제명을 이어가지 못한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태어나는 아이들도 정상적이지 못하며 설사 제대로 태어났어도 곧 이상증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이미 성인이 된 경우도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그 질병들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것이 없는 신종 질환이었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도 알지 못했고 치료법도 전무했다.

간단한 감기에 걸려도 곧 폐렴으로 진행됐고 노인들은 입원한 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상처가 나면 웬만한 항생제로는 어림이 없었다.

가령 넘어져서 다친 아이가 소독을 하고 거즈를 대고 덧나지 않기 위해 항생제를 먹으면 상처가 아물기 보다는 되레 더 심해졌다. 상처에서는 고름이 났고 고름은 주변으로 번졌다.

더 센 항생제를 처방해 보지만 백약이 무효였고 아이는 어떤 항생제로도 듣지 않는 치명적인 내성을 보여 역시 한 달여 만에 사망했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피했으며 설혹 결혼했다고 해도 아이를 낳지 않았다.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때 오천 만 명이 넘었던 인구는 겨우 3천 만 명에 웃돌 정도였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으나 어떤 대책도 먹히지 않자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방관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정부 탓을 해보아야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언론들도 비난의 화살을 당국에 보내기 보다는 학계를 들락거리고 종교계를 찾아서 어떤 극적인 효과를 노려보려고 했다.

세상은 숨죽였다. 남편은 이 모든 것의 원인으로 쓰레기를 지목했다. 그러나 발생하는 쓰레기를 다 치우는 것은 불가능했고 새로운 쓰레기는 계속해서 넘쳐났다.

그 와중에도 기업들은 생산과 성장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며 공해방지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열을 올렸다. 경제지를 비롯한 기득권 언론들도 이에 맞장구 쳤다.

성장 없이는 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없고 국가의 존망도 어렵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그 어떤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기업이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기업가의 주장을 마치 모든 국민의 정설인양 옹호했다. 논이었던 평지는 거대한 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산의 높이는 해발 600미터가 넘는 것이 허다했고 어떤 산은 1000미터를 훌쩍 넘겼다. 천 미터가 넘는 산이 없었던 충청도에는 그 이상의 산들이 열세 개나 나타났다. 깊은 산속에서 호랑이가 나타나듯이 산이 생겨났다. 모두 쓰레기 산이었다.

산들은 멀리서 보면 실재 산들보다 더 산같이 보였다. 언론들은 쓰레기 산으로 등산가는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아무리 쓰레기가 넘쳐도 산을 만들고 그 산에 등산을 갈 정도면 사람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