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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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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문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4.15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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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쯤 후 그녀는 리처드와 헤어졌다. 둘은 아침 7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호텔로 들어가기 전에 그녀는 잠시 걸어볼 심산이었다.

자정을 지난 시간이었으나 거리는 살아서 꿈틀거렸다. 인파가 많아서라기보다는 왠지 모를 활력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녀의 기분이 그랬는지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그런 마음으로 그녀는 도로를 따라 걷기도 하고 호텔과 호텔 사잇길을 다니기도 했다. 그녀의 눈은 무심한 듯했으나 머릿속은 여전히 세라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

저기 가는 두 남녀는 애인 일까, 하룻밤 상대일까 이런 생각이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그런들 어떻고 그렇지 않은들 무슨 대수일 리 없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주 오는 사람을 보고 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만큼 영화의 잔영은 뚜렷했고 그것은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한국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차 때문에 한국의 시간을 확인해야 했으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비록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이라고 해도 그녀는 남일 수 없는 남편에게 이런 시간에 전화를 거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면 무례하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남편은 전화를 받았고 목소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맑았다. 미리 서부 여행을 계획한 터라 여기 위치를 그녀가 말했음에도 남편은 놀라지 않았다.

좀 땄어? 남편의 첫마디는 그거였다. 그녀는 대답하기 전에 머리부터 끄덕이고는 같이 온 사람이 그랬다고 말했다.

남편은 동행자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그녀도 굳이 리처드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거리를 배회하고 있노라고 말했다.

남편은 웃으면서 그럴 나이는 지났잖아? 라고 말했고 그녀는 내 나이가 어때서? 라고 유행가 가사를 들먹였다.

둘은 웃었고 그녀는 불현듯 내일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남편은 놀라는 눈치였으나 이내 비행기표는 예약했는지 물었다.

그런 것은 없었다. 그녀는 예약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예정된 여행의 절반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는 내일 엘에이로 돌아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겠다는 결심을 했다.

리처드가 서운해하고 놀라겠지만 이해할 것이다. 그녀가 갑자기 왜 이런 결정을했는지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다.

때로는 자신도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자신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녀는 자문해 보았다.

자신이 제일 잘 알것이고 그다음이 남편일 것이다. 리처드는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세 번째 사람일 것이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나서 왔던 길을 한 번더 돌았다.

그때 남자가 다가와 물건을 흥정하듯이 ‘하우 머치’ 라고 중얼거렸으나 그녀는 무시했다. 얼마 더 가 가자 다른 남자가 비슷한 질문을 했으나 이 역시 무시했다.

그녀는 길을 더 가고 싶지 않아서 호텔로 들어섰고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거기서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나와 예약해 둔 호텔로 들어갔다.

거기도 오락삼아 도박을 하는 몇 몇 인원이 잠을 잊고 있었다. 저쪽에서 리처드가 손짓을 하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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