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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19 11:48 (금)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면서 산행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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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쪽으로 생각하면서 산행에 집중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4.0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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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멈춰서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소리가 어디서 들여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몸도 약간 구부리면서 나는 소리를 낸 주인공이 내 존재를 의식할 수 없도록 몸을 약간 숙였다.

산속에서 나는 낯선 이방인에 불과했다. 그들이 이곳의 주인이었고 나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예고 없이 방문한 자를 경계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었다.

일단 그 소리의 주인공에 내가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절대자가 이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었다. 소리를 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절대자도 빈틈이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관악산에서도 그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는 사전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그런 자세로 산속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멈췄던 작은 소리가 들렸던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것은 새 소리였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움직이거나 동물이 지나갈 때 내는 소음이 아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가 부르는 서투른 소리였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소리가 이어지지 않고 끊어 졌기 때문이다. 몸을 더 숙인 상태에서 나는 일단 방향을 확인했다. 앞쪽이 분명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몸을 앞으로 이동했고 길옆의 큰 나무를 은폐물로 삼아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먼 데서 나지 않았다. 울림이 크지도 않았다.

목청이 작은 새가 나는 소리였다. 나는 사주경계시 필요한 방법을 동원해 곧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냈다. 그것은 참새보다는 훨씬 컸으나 비둘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직박구리 정도였다.

그것은 온몸이 파란색인 파랑새였다. 주둥이 부분만 검었고 머리에 있는 마치 왕관을 쓴 것처럼 노란색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파란 물감을 칠한 듯했다.

보이지 않는 발톱 부분만 빼면 발목까지 그랬다. 나는 순간 파랑새가 내 길잡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아니면 절대자가 새로 변신해 나를 의심케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어떻게 처신해야 옳은지 생각하기 위해 그대로 머물러 이었다. 미동을 하지 않았으나 눈만은 고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파랑새는 잡은 나뭇가지에서 발을 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날아가지 않고 나처럼 그렇게 있었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주변을 경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내 존재를 의식해서 라기보다는 일종의 습관처럼 보였다.

새는 쉬지 않고 그런 움직임을 보이다가 어느새 사라졌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그것은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날아간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허탈해하면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인적은 없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다시 위쪽을 향했다. 파랑새를 본 것은 어떤 징조였을까. 유리한 쪽으로 생각을 하면서 나는 금새 그것을 잊고 산행에 집중했다.

여전히 산은 조용했으며 숨쉬기 좋은 산소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이 좋은 것을 혼자 먹는다고 생각하니 쓰레기를 치우는 동료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 시카고에 있는 아내는 모하비 사막을 질주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라스베가스에 도착한다. 아내는 조금 들떠 있었고 리처드는 엑셀레이터에 힘을 주면서 계기판의 바늘이 오른쪽 끝으로 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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