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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시작하면서 그는 이런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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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9.03.15  0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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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회 사건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용암처럼 폭발할 것 같았던 분위기는 끊어오르다 식고 말았다.

냄비근성이 가져온 결과였다. 숱한 언론과 시민단체와 뜻있는 국민들의 아우성은 이내 다른 관심 사항에 묻혀 버렸다.

파리를 날리던 횟집은 다시 만원을 이뤘고 바닷가 바람을 쐬기 위해 모여드는 차량은 고속도로를 메웠다.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서행안의 작은 포구까지 오는데 무려 6시간을 헤맸어도 그들은 싱긍 벙글이었다.

일주일 날밤 새서 일한 돈을 회 한 접시로 날려도 아까운 줄을 몰랐다. 횟집 주인은 그런 도시 사람들의 이상한 심리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줄 서서 기다리는 그들에게 동남아에서 가져온 민물고기를 썰어내면 그뿐이었다. 앞바다에서 잡은 우럭이나 광어는 여전히 플라스틱이 섞여 있었으므로 그것을 손질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들었다.

그리고 가격도 비쌌으므로 굳이 그런 고기를 내올 이유가 없었다. 민물고기를 먹고도 그들은 좋아서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이 미식가라도 되는 양 우쭐거렸다.

미슐렝 가이드를 들먹이는 그들 앞에서 식당 주인은 고개를 주억거렸으나 뒤돌아서서 코웃음을 쳤다.

손님의 대부분은 회를 알지 못했다. 민물회와 바닷가 회를 구분하지 못했으며 신선도를 가려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우럭인지 광어인지 돔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음식의 맛이 아니라 자신이 비싼 회를 그것도 지방까지 내려와 먹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감동했다.

그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항생제 수족관에 갇힌 고기를 찍었으며 회접시를 배경으로 젓가락을 들고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인터넷에 자신의 커다란 얼굴 사진과 붉은 초장을 올렸다. 나, 이런 사람이야. 보고들 있니?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그들은 복장 터져 죽을지도 몰랐다.

자랑질은 또다른 자랑질로 이어졌고 이를 본 다른 지인들은 자신들도 서둘러 맞불을 놓았다. 언제적 사진인지, 혹은 어디서 가져온 사진인지도 모르는 요상한 이국적 사진을 올려놓고 얼굴 사진은 합성했다.

너만 잘났니? 나도 그래. 횟집은 이런 사람들로 언제나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주말에는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였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고속버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새벽에 남편은 그런 식당 앞을 청소했다. 당연히 그곳은 청소구역이 아니었다. 해변가를 제외한 곳을 굳이 그가 쓸고 닦은 것은 보기에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게 앞도 청소하지 않는 사람들이 음식을 제대로 관리할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가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었다.

그러지 않아도 장사가 잘되는데 굳이 수고롭게 청소할 필요가 없었다. 소비자들은 똑똑했지만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 헛똑똑이 들이었다.

쓰레기를 밟으면서 그들은 식당 문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자신이 마치 아프리카 소인국의 왕이라고 된 양 뽐냈다.

쓰레기 음식을 먹으면서 비싼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그들을 그는 이해하자 못했으나 그 또한 그의 일은 아니었다.

그는 가는 길에 식당 앞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먼동이 터오는 빛을 반대로 받고 있는 해안가를 바라보았다.

저 바다가 언젠가는 깨끗해지겠지. 쓰레기 섬도 사라지는 날이 올 거야. 그날을 위해 나는 청소를 더욱 열심히 해야 했다. 그것이 하루일과를 시작하면서 그가 늘 다짐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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