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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19 11:48 (금)
먹은 것이 밥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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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은 것이 밥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3.1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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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은 볼펜 심을 들여다보면서 방금 전에 식사하고 나간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보았다. 남녀 6명이었다. 그들은 제법 있어 보였다.

차림새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있기는 했지만 들어서 쌓인 덕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천박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공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너무 쉽게 돈을 쓰고 갔다. 그들이 어떤 직업으로 어느 만큼의 재산이 있는지는 몰라도 쓰레기 음식을 먹으면서 쓰는 대가는 충분히 과분했다.

이런 손님이 있는 한 횟집의 주인은 굳이 좋은 음식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원가를 싸게 하는 것이 더 이득인데 굳이 신선한 재료로 부담을 높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재료의 신선도를 알고 음식 맛을 안다면 마진을 조금 남기더라도 원재료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입을 벌리고 군침을 흘렸다.

회도 바닷고기가 아니었다. 동남아에서 들여온 민물고기를 썼다. 썰어서 놓으면 흰색과 분홍빛이 도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헐값으로 들여와 비싼 값으로 팔아도 손님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돈을 쓰면서 회를 먹었다는 자만심만이 그들의 뱃속을 가득 채웠을 뿐이다. 자신이 먹은 것이 밥이아니라는 것이 중요했다.

간혹 어떤 손님들은 둘을 구분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면 아니다 라고 둘러대면 그뿐이었다. 기분 내러 온 그들이 천한 우리와 다툼을 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을 속이는 것은 쉬웠고 정작 천한 것은 그들이었다. 간혹 꼭 찍어서 우럭회나 다금바리 혹은 돔 종류를 시키는 손님들이 있다. 그들도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비싼 회는 조금 넣고 싼 회를 많이 깔아 놓는 식이다. 살아있는 것을 손님 눈앞에서 보여줘 안심을 시킨 다음 주방으로 들고 가서는 이미 죽은 물고기로 회를 친 것으로 바꿔치기 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런 것을 전혀 모른다. 그저 싱싱하고 맛있다고 혀를 내두를 뿐이다. 이렇게 장사하면서 주인은 조금 미안한 감도 있었지만 습관이 되다 보니 이제는 대놓고 장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온 것은 예사롭지 않았다. 고기를 바꿔 치기 하거나 산 것을 죽은 것으로 포장하는 것은 손님들이 속아 넘어갔지만 플라스틱이 나온 것은 어떻게 손을 쓰기 어려웠다.

주인은 이런 오염된 환경을 탓했다. 죽은 바다를 원망했으며 조만간 어떤 사단이 날 것을 예감했다.

자리를 뜨거나 업종을 바꾸는 것이 그동안 벌어 놓은 것을 날리지 않는 방법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러자 마음이 바빠졌다. 볼펜 심이라니. 그는 종업원이 들고 온 살 속에 박힌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이런 궁상을 떨고 있을 때 손님 가운데 한 명은 이미 찍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30여 명이 쓰는 단톡방에도 그렇게 했다.

사진은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친구의 친구를 거쳐서 어느 신문기자의 손에 사진 한 장이 전송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이럴 수가, 회에서 볼펜 심이‘라는 제목으로 포털에 기사를 전송했다. 수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볼펜 회라는 이름의 사진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나도 그런 회를 먹었다는 비슷한 사진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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