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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섬은 여행객들이 찿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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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섬은 여행객들이 찿는 명소가 됐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3.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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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섬은 멀리서 보면 그냥 섬이었다. 바다에 떠 있는 다른 섬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섬을 배경으로 땅을 밟고 있는 사람들은 사진을 찍었다.

없던 섬들이 여러 개 나타나면서 새로운 배경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가 됐다. 그들은 이곳으로 몰려와 저마다 손가락질 하면서 저 섬과 저 섬이 모두 나오게 찍어 달라고 요구했다.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이나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들은 그것이 쓰레기 섬이라는 것을 알기도 했고 모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개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쓰레기 섬은 언론에 자주 보도 됐고 그래서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그들은 느닷없이 생겨난 섬을 9까지 세면서 이곳은 마치 한국의 하롱베이라고 웃고 떠들었다.

섬은 더 늘어날 것이고 진짜로 그 섬처럼 수 천개가 모여 장관을 이룰 날도 멀지 않았다. 학자 가운데 일부는 5년 내에 서해안에 3천개 이상의 새로운 섬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어떤 학자는 그 숫자는 과장된 것이 틀림 없다면서도 섬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데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근처의 횟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그들은 쓰레기 섬에서 잡은 물고기가 전시된 수족관의 고기를 손가락질하면서 저놈으로 회를 떠달라고 요구했다.

상인은 지목된 고기를 망으로 떠서 아직은 살아 움직이는 녀석의 뒷목에 긴칼을 꼽아 단번에 숨통을 끊었다. 피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붉은 한 줄기 피가 물고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동행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들은 이층으로 올라갔다. 희희낙락하면서 계단을 오를 때 그들은 싱싱한 회를 먹기 위해 서울에서 쉬지 않고 3시간 이상 운전했다는 것을 잊었다.

그 정도 시간쯤은 감수한다는 듯이 여유가 있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은 그들은 다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가 이층에서 보니 경치가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맞은 편에 앉았던 일행 중 한 명이 일어나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창문을 열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였다. 그 때 바람이 불어 왔고 시궁창 같은 냄새가 들어왔다. 그들은 그것이 쓰레기 섬에서부터 왔다는 것을 알았으나 누구 하나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굳이 기분 좋은 상태를 망칠 이유가 없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그들은 여러 번 사진을 찍느라고 자리를 들락거렸다.

옆자리의 손님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들어오는 손님은 다른 손님이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하고 난 후 자리에 앉았다.

푸짐한 회가 쟁반에 담겨 왔다. 야채 위에 얹어진 물고기의 살은  먹음직스러웠다. 그들은 초장에  찍을 때 그것이 바로 전에 살아서 쿰틀거렸던 놈이 확실한지 확인하기 위해 입맛을 다셨다.

역시 회는 현지에서 먹어야 제맛이야. 누군가 이런 말을 하면서 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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