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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0 06:03 (토)
그것은 흰색으로 바다의 푸른색과는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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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흰색으로 바다의 푸른색과는 대조를 이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3.04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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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내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밤을 설쳤다. 그러기 전에는 마음만 있었지 몸이 따라가지는 못했다.

떨어져 있지만 그러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으므로 남편은 아내의 존재를 늘 느꼈다. 그래서인지 만나지 않아도 그렇게 큰 불만은 없었다. 마음으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날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작은 흥분이 이는 것을 남편은 느꼈다. 그는 그럴수록 더 일찍 일어났으며 더 일찍 일터로 나갔고 더 부지런히 일을 했다.

이제 그는 서해안의 거의 모든 해변을 가 보았다. 커다란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곳에서부터 이름 없는 한적한 바닷가를 돌기도 했다.

해변은 저마다의 색깔을 하고 있었다. 똑같은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크기도 그렇고 생김새도 그러했다. 돌의 모양도 붙어 있는 해조류도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언제나 동일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쓰레기였고 플라스틱 조각이었다. 스티로폼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그것은 흰색으로 바다의 푸른색이나 검붉은 색과는 대조를 이뤘다.

그는 여기서 쓰레기를 주우면서도 앞에 있는 흰색에 눈길를 거두지 않았다. 금새 다가가 치울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어떤 때는 한 시간이 넘어서도 보였던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기도 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치워야 할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기도 했고 돌 틈 사이에 낀 플라스틱 조각을 꺼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다. 그는 쓰레기를 치우면서 생명을 느꼈다.

소중한 것은 그것이었다. 그가 열심히 청소하는 이유였다. 쓰레기가 있는 곳에서 생명은 살 수 없었다. 플라스틱이 가득찬 해변은 죽은 공간이었다.

그는 치우고 또 치웠다. 시지프의 신화엔 나오는 돌을 들어 올리는 자와 비교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거대한 물고기의 사체가 보이기도 했다. 뼈만 앙상한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이제 막 부패를 시작한 것도 있었다. 큰 물고기가 보일 때면 그는 뱃속을 갈라 보았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물고기의 안에 쓰레기가 가득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쓰레기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다. 고래나 상어처럼 아주 엄청나게 큰 물고기의 뱃속이 아닌 이유도 있었겠지만 아직은 우리의 생태계가 그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아닐 것으로 그는 생각했다. 청소는 주로 썰물 때에 맞춰서 했다. 해변이나 갯벌이 드러나야 쓰레기를 치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떤 때는 해변가에 물이 가득차 있을 때도 일을 해야 했다. 조수 시간표를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청소를 하다 보면 시간이 걸려 어느 새 밀물이 닥쳐오는 수가 있었다.

특히 사리 때는 빠졌던 물이 금세 해변가로 밀고 들어왔다. 들어오는 물을 피해 가면서 쓰레기를 주울 때는 서둘러랴 했다. 그러지 않으면 밀물 때 거대한 띠를 형성하면서 쓰레기들이 다시 바다로 나가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일하기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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