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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있고 젊음이 있는 해변가에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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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있고 젊음이 있는 해변가에 그가 있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2.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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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그 시계를 보고 있다. 초침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오른쪽으로 돌고 있는 초침은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였다.

여자는 무생물에서 생물의 움직임을 보았다. 죽은 것에서 살아 있는 것을 느꼈다. 그때 마다 그녀는 한국에 있는 남편도 자신과 같은 입장이라고 여겼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도 시도 때도 없이 시계를 보았다. 준비된 자루에 쓰레기가 가득 차면 한쪽으로 밀쳐 놓으면서 마침 자신의 눈 언저리에 있는 팔목에 감긴 시계를 보았다.

자신들이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그도 그녀와 같은 흐르는 초침을 보면서 미국에서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도 그녀처럼 한국이든 미국이든 서로 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떨어져 있다고 해서 서로의 정이 멀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마음은 되레 더 크게 다가와 있었다. 보지 않으면 멀어진다는 말은 이들 부부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마대 자루를 옮기고 쓰레기를 치울 때 손목의 시계가 조금 걸리기는 했으나 요령이 생겨서 이제는 손목에 무엇이 없으면 되레 청소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가 파도가 치는 바닷가 해변에서 쓰레기 그것도 자신이 생산한 스티로폼을 열심히 치울 때 그녀는 오픈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다시 맞기 시작했다.

리처드가 창문이 아닌 차의 뚜껑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과는 다른 바람이 그녀의 온몸을 강타했다.

그렇게 표현한 것은 바람의 세기가 달랐을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바람은 그녀의 얼굴을 때리다가 나중에는 어깨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발끝까지 다다랐다.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이내 소리쳐 웃었다. 이런 때는 소리를 지르는 것이 저항에 대항하는 방법이었다. 리처드는 그러는 대신 라디오의 볼룸을 높였다.

한국 가요가 흘러 나왔다. 그녀에게도 익숙한 노래였다. 해변으로 가요. 그녀는 크게 따라 불렀다. 리처드도 그렇게 했다.

신이 났다는 표현은 이런 때 써야 한다. 차도 신이났고 노래도 그렇고 두 사람도 어깨를 들썩였다. 그들에게 이것은 휴식이었고 달콤한 솜사탕이었다.

얼마를 더 달렸을까.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하고 얼굴에 감각이 없을 즈음 차는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어둠이 밝아오듯이 스스로 덮개가 닫혔다. 따뜻했다.

오뉴월 모닥불도 쬐면 따뜻하듯이 바람을 차단한 작은 공간은 금세 온기가 돌았다. 그녀는 시린 손을 부여 잡고 서로 비볐다.

손을 옮긴 리처드가 자신이 그렇게 해주겠다는 듯이 그녀의 손등을 비볐다. 그녀도 화합했다. 따뜻한 것은 좋은 것이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등을 뒤로 기대고 기지개 켜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저절로 나오는 것 처럼 흥얼거렸다. 해변으로 가요.

그 해변에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오늘이 휴일이라는 것도 잊고 그 해변을 다시 찾았다. 그가 방안에 있지 않고 일터인 해변으로 나온 것은 쓰레기를 줍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것은 어미가 갓 태어난 새끼에게 젖을 주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바다가 보일 때 그는 행복했다. 멀리서 짠 내음이 밀려올 때 그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가 자루를 펴고 집게로 집은 쓰레기를 담았다. 쓰레기는 어제 치웠다고 해서 오늘 없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쓰레기는 새롭게 해변가를 덮었다.

매일 밥을 먹고 매일 잠을 자면서 매일 청소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그는 생각했다. 잠을 잤고 밥을 먹었으므로 해변가로 나온 것이다. 그 역시 저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해변으로 가요. 별이 쏟아지고 젊은이 넘치는 그 해변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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