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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죽음, 수련환경 개선 더 미룰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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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죽음, 수련환경 개선 더 미룰수 없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2.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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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길병원 사망 기자회견...정부 적극 나서야

최근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전공의와 관련, 대전협이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죽음으로 증명해야하느냐”며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는 14일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수련화경 개선 촉구 및 전공의 사망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승우 회장 등 대전협 임원과 사망한 전공의의 유족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1일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차 신 모 전공의가 당직 근무 중 당직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신 전공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대전협에서는 유족, 의국원 동료들과 접촉, 사건 파악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승우 회장은 “故신 전공의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환아들을 진료하며 최선을 다한 전공의로, 길병원은 법을 지켰다고 하지만 하루 4시간에 이르는 휴식시간은 서류에만 존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전협이 파악한 故신 전공의의 실제 근무표를 살펴보면, 길병원에서 제출한 근무표에는 존재하지 않은 당직 근무가 존재했다. 故신 전공의는 지난 1월 7일부터 13일까지 월, 목, 토 등 3일만 당직을 서게 됐으나, 실제로는 일요일에도 당직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주인 14일부터 20일까지는 수요일과 토요일에만 당직을 하게 됐지만, 실제로는 금요일도 당직을 섰고, 故신 전공의가 사망한 바로 전 주인 21일부터 27일에는 원래 존재하지 않은 월요일에 당직을 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故신 전공의는 퇴근 시간 후에도 환자를 위해, 그리고 남아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더 일하고 있었다”며 “길병원은 주당 80시간을 지켰다고 하지만 사실 故신 전공의는 일주일 168시간 중 110시간을 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 대전협은 기자회견에서 수련환경 개선은 더는 미룰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故신 전공의에 대한 길병원의 계산법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길병원 측은 故신 전공의의 정규 근무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총 11시간 근무 중 2시간은 휴게시간이라고 했으며, 당직 근무는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근무 중 수련 인정 시간은 20시간이고, 4시간은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전협이 파악한 故신 전공의의 실제근무시간은 주 평균 118시간, 최대 연속 근무는 1월 12일 오전 7시부터 1월 14일 오후 6시까지 59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우 회장은 “이는 길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수많은 수련병원이 근무시간을 지킨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보장되지도 않은 휴식시간을 교묘하게 끼워 넣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전공의의 명의로 처방을 내게 하는 탈법적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법 시행 이후, 법정 상한 근무시간인 80시간을 넘겨 근무한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전공의들의 전자의무기록(EMR) 접속을 차단하는 등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

이 회장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수련환경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한 적이 없고, 기껏해야 가짜 당직표를 만들고 대리처방을 강요하는 식으로 처벌을 피하는 데만 급급할 뿐”이라며 “문제는 이 수련환경평가 서류조차 병원이나 지도전문의가 아닌 전공의들이 밤새 만들고 있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병원 운영이 어렵다고하는 수련병원들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전공의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감독해야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게 이 회장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수련환경평가를 통해 시정명령을 받은 병원은 손에 꼽히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아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한 병원은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모 유명 대학병원장은 과태료 100만원 받는 건 내가 책임질테니 걱정하지마라고 큰 소리 쳤다. 수련병원에게 2년이라는 준비할 시간을 준 복지부는 왜 아직도 수련병원을 배려하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이 회장은 “길병원은 故신 전공의의 죽음에 유가족과 전공의에 진정성 있고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전국 수련병원은 법정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정부는 익명으로 접수되는 제보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전공의법 준수 여부를 적극 조사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며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은 근무시간을 줄여달라는 게 아니라 전공의법에 명시된 시간을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故신 전공의의 유족이 참석했다. 고인의 유족은 “동생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고, 다시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동생의 죽음에 대해 병원 관계자의 공식적인 설명이 아닌 동료 선생님들로부터 귀동냥으로 알 수 있었다”며 “지난 7일 병원 측에서 부검 결과와 경찰조사를 토대로 돌연사라고 주장하는 것을 기사로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동생의 죽음으로 슬퍼하시던 할머니가 동생 죽음 후 7일 후에 돌아가셨다”며 “그 때 처음으로 병원 입장을 들을 수 있었는데, 전달받은 내용과 달리 병원 측은 모 일간지 기자를 통해 병원 측은 억울하고, 제 동생의 수련환경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제 동생이 근무 태도 등 무언가 문제가 있는 듯한 뉘앙스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유가족은 인터뷰를 하지 말라며 진흙탕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면 원무팀장의 말에도 분개하고 있다”며 “유가족이 바라는 건 2가지다. 하나는 다시는 이러한 슬픔이 발생하지 재발하지 않도록 젊은 전공의 수련환경 처우 개선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하나는 군복무 시절에도 매주 보육원 영어 봉사활동을 하던 제 동생의 명예를 거짓 혹은 과장으로 깎아내리지 말아 달라”며 “다시는 어떠한 전공의에게도 이런 슬픔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과태로 100만원으로 끝나고 마는 현실이 고쳐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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