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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것을 멈추자 금단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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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것을 멈추자 금단현상이 나타났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2.1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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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리처드도 더 채근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쉽게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리처드와의 여행은 서로 부담을 주거나 받기 위해서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은 여행의 첫날에 불과했다.

내일 일정도 있고 피곤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잠을 택했고 그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쿨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 그녀의 삶의 목적이었다.

특히 남녀 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누구에게 속한 것은 남편으로 족했다. 관계가 넓어 지면 그녀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그런 상황을 그녀가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창밖의 야경을 잠시 구경하다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전화받은 것을 까막득히 잊고 작은 소리로 코를 골기 까지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꿈을 꾸었다. 오랫만에 꾸는 꿈이었다.

일이 고되기도 했고 일중에는 최선을 다하는 성미라서 집에 오면 곧장 죽은 듯이 잤으므로 미국에서 그녀는 거의 꿈을 꾸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긴장이 풀렸는지 혹은 여행에서 오면 충만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그녀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꿈속에서 그녀는 남편이 여전히 거대한 스티로폼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도 남편의 일을 도와 큰 돈을 벌어 들이고 있었다.

금고에는 돈이 쌓였고 그것을 보는 그녀는 매우 흡족한 상태였다. 이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녀는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라고 꿈속에서 중얼거렸다.

분명히 남편은 공장을 정리했고 쓰레기 청소부로 전직을 했으며 자신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있는 현실을 상기했다. 하지만 꿈은 여전히 현실과는 달리 이전 남편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그녀는 남편을 혐오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렇게 대했다. 이미 끝난 일인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녀의 깊은 곳에서는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었다. 손가락 질을 하면서 남편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질렀다.

그녀는 동시에 자신의 팔뚝을 꼬집어 보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것은 현실이 아닌 꿈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래서 꿈속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 잘되지 않았다. 그때 리처드가 다가와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의 커가란 손이 몸부림치는 그녀를 두드려 안심시켰을 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다섯 시였다. 이른 시간도 아니었다. 출근할 알람을 정해 놓은 시간이었다. 잠을 잔 만큼 잤기 때문에 깨어 났지만 뒷 맛이 개운하지 않아 그녀는 찬 기운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바람이 열린 창문 사이로 급하게 들어왔다. 그녀는 그런 상태로 샤워를했고 오가는 시민들을 내려다보았다. 거대한 도시가 아침을 먹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박자에 맞춰 흥얼거리면서 화장을 했다. 화장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그녀는 얼굴이 땡기는 것을 막기 위한 로션 하나를 바르는 것이 전부였다

흔한 립스틱도 쓰지 않았다. 그녀의 이 습관은 남편이 공장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신기하게도 공장에서 빠져 나오자 화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사라졌다.

처음에는 화장 후유증이 생겼다. 하던 것을 멈추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현상이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화장품 없는 얼굴이 전혀 이상할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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