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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신의 불안한 삶과 비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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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신의 불안한 삶과 비교가 됐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1.3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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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대호 주변을 둘러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호수의 물결이 마치 바다를 보는 듯했다. 바람은 조용했고 물결은 잔잔했다.

그녀는 리처드와 근처의 대학을 구경했다. 연조가 있는 대학 건물은 고풍스러웠고 간간이 보이는 학생들은 평화 그 자체였다. 삼삼오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는 그들을 보면서 그녀는 몸이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움추러 들었던 어깨가 기지개를 켜고 새봄에 올라오는 새싹처럼 위로 치솟아 올라 왔다. 그녀는 달렸고 그 뒤를 리처드가 따랐다. 어느 순간 멈춰선 그녀는 위로 뛰어 올랐고 리처드도 그렇게 했다.

둘을 웃었고 함께 마주 보았고 함께 나뭇사이를 걸었다. 그녀에게는 드러나지 않는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그녀는 남편이 미국 유학을 마친 유학생이라는 사실에 조금 주눅이 들었다.

대학을 마치고 회사 생활을 하던 중 미국 출장 중에 우연히 대학원생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오대호 근처의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었으며 그것은 자신의 불안한 삶과 비교가 됐다.

그녀는 가난했기 때문에 흔한 배낭여행이나 연수 같은 것을 학기 중에 다녀보지 못했다. 남편은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대신 그녀와 결혼을 택했다.

남편의 어머니, 지금 그녀의 시어머니는 박사를 원했으나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유학생이 아닌 것도 집안이 가난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아들을 이기지 못했다. 남편의 집안은 그녀를 썩 내켜 하지 않았다.

그녀는 누가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어도 눈치로 알았다. 공기로 알았으며 분위기로 파악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에게 그런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사랑을 보여줬다.

그녀는 그와 행복했다. 혼전에 그는 그녀를 그가 다니는 학교에 초대했다. 오헤어 공항으로 마중 나오겠다는 것을 굳이 그녀는 사양했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그녀는 혼자 그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못할 것이 없었다. 남들 다 홀로 여행을 다니는데 그것도 학부 중에 그랬는데 자신은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표를 예매하고 가방을 꾸릴 때 그녀는 누구보다도 더 흥분했고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아직 그의 사랑이 완전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숙식이 제공되는 그의 초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밖으로 나가고픈 욕망이 강했으며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절박한 상황에 몰리고 있었다.

1년도 안 된 회사 생활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여름 휴가 중에 그녀는 말로만 듣던 인천국제공항에 발을 들였고 그곳에서부터 이국의 바람이 불어왔다. 

그녀는 미리 확인한 경로를 따라 남편이 있는 대학을 어렵지 않게 찾았고 그의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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