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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웠던 목표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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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웠던 목표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1.24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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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3주간의 휴가를 받았다. 곧 한국에 갈 것이다. 비행기표도 예매해 두었다. 이런 사실은 먼저 남편에게 알렸다.

전화기 저쪽에서 기뻐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부는 곧 재회하리라는 기쁜 마음으로 서로 들떴다. 하지만 아내는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도 있었고 병동에서 바쁜 나날 때문에 하지 못했던 미국 여행 때문이었다. 그녀는 여행에 일주일 정도를 할애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데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그녀는 미국에 와서 제대로 여행이라는 것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동부에서 서부로 중요 여행지를 돌아보기로 작정했다. 사실 그녀가 이런 여행을 꿈꿨던 것은 리처드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녀는 세이비어 혹은 나의 크리스트라고 까지 부르는 리처드의 제의를 처음에는 정중히 거절했으나 몇 차례 거듭되는 요청을 마지 못해 받아 들였다.

그 순간 그녀는 새로운 여자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것이다. 50 줄에 막 들어섰지만 그녀는 여자였다.

단장을 하고 옷을 장만하고 편한 운동화와 등산용 신발까지 준비하면서 그녀는 절로 콧노래를 불렀다. 호스피스 병동일을 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안중에는 여행지에서 보는 황홀한 풍경과 낯선 음식이 주는 기대가 한 움큼씩 자라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아내는 굳이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알리지 않는 것은 감출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남편의 청소일이 혹 방해받을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자기 일에 무엇보다도 열성인 남편이 아내가 지리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혹 길을 잃거나 봉변을 당할 것을 걱정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여행 당일 날 리처드는 뚜껑이 열리는 컨버터블 스포츠 세단을 몰고 왔다. 넉넉잡고 열흘간 렌트했다고 했다. 그녀는 그가 이런 것에 돈을 낭비하는 것을 나무랐으나 리처드는 차 빌린 것 말고 자신이 쓴 것은 지금까지 한 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이러고 싶었고 그 꿈을 지금 이룬 것이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은 언젠가는 이런 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을 큰 목표로 세웠다고 했다.

그 목표가 이뤄지는 순간이니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그녀에게 리처드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그 문제에 대해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차가 출발하기 직전 서로 마주 보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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