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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될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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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될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1.16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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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을 세우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그리고 그 간격도 차츰 벌어졌다. 그러자 사람들의 생활습관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루도 스티로폼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그것이 없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불편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증상이 점차 옅어지다가 나중에는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도 없어졌다.

여론도 공장이 망하면 국가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심드렁해졌다. 이제 이 나라에서 스트로폼은 완전히 사라졌다. 스티로폼이 없는 세상은 여러모로 좋았다. 당장에 환경의 변화가 나타나났다.

해변가에 몰려 있던 흰색의 보기 흉한 그것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헌신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발생 자체가 없으니 남아 있던 일부만이 간혹 조수를 타고 왔을 뿐이다.

절대자는 이즈음 플라스틱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없다고 해서 사람들이 생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불편한 것이 지구를 위해서나 후손들을 위해서 바람직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졌다.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시설물들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그것을 생산하는 업체와 그곳에 고용된 종업원들의 생계도 생각해야 했다.

스티로폼의 경우 업주와 종업원들을 쓰레기 청소원으로 국가가 고용해 그 전의 직장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게 했으나 플라스틱의 경우까지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규모가 컸고 고용인원이 많았다. 하지만 절대자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 느낌을 나도 받았으므로 나는 절대자를 만나는 대신 어떤 식으로든 내 의향을 절대자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절대자도 핑계 거리가 있어야 했다. 인간세상의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으면 못이기는 척 하면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을 절대자는 좋아했다. 불론 그것은 절대자가 원하는 바에 한하는 것이었지만 인간과 교류라는 측면에서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 절대자의 생각이었다.

심사숙고한 끝에 나는 스티로폼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도 일시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데 생각이 모아졌다.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이 사라졌을 때 오는 혼란을 예방할 준비도 마쳤다.

나 어릴적에는 플라스틱이 없어도 사는데 문제가 없었다. 인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없어도 될 물건은 하나씩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후손의 건강을 위한 지름길이었다. 없에서 얻은 이득이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얻는 이득을 크게 상회했던 것이다.

이것은 어떤 약물이 그것이 환자에게 투입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보다 치료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처방하는 의료진의 마음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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