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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손에 물집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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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손에 물집이 생겼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1.1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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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이 한팀을 이루는 8명의 청소부는 그의 이런 열성적인 노력에 감탄을 하면서 저 사람은 쓰레기를 위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말했다.

한 때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내근직으로 전근하기 위한 포석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생존 때문에 치우는 것이지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다면 당연히 다른 곳으로 옮길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한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여러 달이 지나면서 그들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그가 그런 것과는 달리 쓰레기를 치우는 것에 어떤 철학적 원칙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종교인이 신을 믿고 실천하는 것과 같은 숭고한 행위였다. 이제 그들은 그가 새벽같이 나와 다른 가게 앞을 청소하는 것을 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노력 때문에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염려하지도 않았다. 업무 외 시간에 업무와 연관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동료들은 그를 나무라거나 탓하지 않았다.

그것이 서로에게 편했다. 그는 일과 후에는 운동을 했다. 그것도 돈이 드는 헬스나 뭐 이런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혼자 할 수 있는 조깅을 그는 선호했다.

운동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달리는데 지장이 없다면 그는 밖으로 나갔다. 미세먼지가 아주 많이 낀 날은 방안에서 스쿼트를 하거나 푸시업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했다.

그가 이렇게 자기 몸을 가꾸는 것은 그래야 청소일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쓰레기 일을 하면서 처음 몇 달 동안 그는 고생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손에 물집이 생기고 어깨가 아파 아침에는 일어나는 것도 힘겨울 정도였다.

그래서 약을 먹거나 그래도 안 되면 일을 그만 두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운동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그 당시의 기쁨을 그는 전화기 너머의 아내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마치 깊은 산속에서 천년 묵은 산삼을 발견한 것은 기분이었다고.

왜 진작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스스로 자책하면서 이제라도 하기로 했으니 빠지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작정했다.

처음 운동했을 때는 몸이 아주 녹초가 됐다. 하루 종일 바닷바람을 쐬면서 일하고 나서 저녁에 운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생각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주중에는 쉬고 주말에만 하자는 잔꾀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천년 묵은 산삼이 떠올랐고 그 때마다 그는 자신의 주먹을 쥐면서 스스로 다짐했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쓰레기 치우는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여기서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운동을 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이제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스티로폼을 만들던 업체 사장에서 쓰레기 청소부의 생활로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지금 원래의 사장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단호히 거절할 것을 알았다. 그는 청소를 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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