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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믿었기에 그런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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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믿었기에 그런 판단을 내렸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1.0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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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변화에 대해 그녀는 매우 놀라워 했다. 절대자가 금지했던 스티로폼을 몰래 생산하면서 오로지 돈에만 집착했던 남편이 아니던가.

전화기 속의 남편은 자신이 표창을 받은 사실을 말하면서 매우 흥분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달의 청소부 수상자 가운데 대상을 받았다며 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일대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부 장관이 직접 수여한 상장에는 그대는 맡은 바 임무인 해안가 쓰레기 청소에 매우 탁월한 능력을 보였기에 상장과 함께 부상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남편은 이런 내용을 전화로 읽어 주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전국대회에서 쓰레기 왕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눈을 뜨면 쓰레기 청소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할지 생각하고 눈을 감으면 내일 치울 쓰레기양과 처리 방법이 눈에 선하다고 남편은 말했다.

한동안 쓰레기라는 단어가 전화기 속에서 반복됐다. 그녀는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자신들이 만들어 팔았던 스티로폼 수거에 남편은 특히 수완을 발휘했다. 버려진 스티로폼이 잘게 부숴지기 전에 수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방치된 스티로폼이 물과 바람에 의해 쪼개지면 바닷속 환경이 오염으로 치명타을 맞을 것이 뻔하다. 워낙 작아서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알갱이는 물고기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그것이 다시 식탁에 오른다.

쓰레기를 제때 바로 수거하지 않으면 사람건강이 크게 위협받은 것을 남편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동료들은 그가 청소 중에 쓰러질 것을 염려했다.

잠시도 쉬지 않고 허리를 굽히고 청소하는 모습이 성자 같기도 했지만 저러다 자빠지기라도 하면 제발로 일어서지 못할 까 염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그의 몸은 더 단단해 졌고 강인해 졌으며 나왔던 배는 들어갔고 당뇨와 고혈압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쓰레기 청소를 시작하고 3달 후에 병원에 들렀을 때 의사는 차트를 보고 놀란 눈을 감추지 않았다.

혈압과 혈당 수치가 모두 정상범위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약물로도 잘 다스려지지 않아 애를 먹던 환자였다.

의사는 약 처방을 바꿨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그동안 어떤 생활의 변화가 있었는지 차트에 적었다.

남편은 자신이 사업을 접고 쓰레기 청소원으로 전국의 해안가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수치를 믿지 않을 도리가 없어 약을 두 달 치 더 처방해 줄 테니 잘 챙겨 먹으라는 당부의 말을 한 후 의사는 진료를 끝냈다.

처방전을 받아 들었으나 남편은 이제는 이것은 필요없는 휴지조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처방전을 약국으로 가져가서 약을 조제하지 않았다.

청소를 시작한 후 그는 약을 한 번도 복용한 적이 없었다. 그는 병원도 이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작정했다.

두 달 후에 보자는 의사의 지시는 무시해도 되겠다는 것이 그가 스스로 내린 판단이었다. 그것은 의사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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