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7 04:02 (토)
병동에서 일하게 된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 했다
상태바
병동에서 일하게 된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 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9.01.02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당에서 리처드는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연신 전했다.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감사해 했는데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웃음으로 그것을 받았다.

리처드는 그녀가 아니었다면 지금 자신은 죽은 사람이었다며 두 번째 인생은 오로지 그녀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할 때 리처드는 숙제를 안 해온 아이가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을 때처럼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녀는 화제를 돌려 자신이 한국을 떠나 미국에 온 일과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게 된 경위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도 리처드에게 전했다. 리처드는 그녀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기도 하고 당황했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아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식사는 화기 애애 했다. 리처드는 자신이 그 지역 대학에서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자신이 다니던 대학에서 전산일을 하게 돼 동문이라는 의식이 강했고 그래서 일에 더욱 열중했다.

리처드에 따르면 그는 2학년을 마치고 중퇴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동문은 아니었다. 그가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대목을 말할 때는 그녀도 마음이 아팠다.

집안이 어려워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부득불 그도 산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등록금 마련은 물론 생계비조차 해결할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이제 리처드는 안정된 직장에서 복학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틈틈이 여름 학기를 듣거나 방과 후 수업으로 부족했던 학점을 채우고 임직원에게 주어진 융통성과 동문이었던 장점을 살리면 졸업장을 따는 일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졸업장을 가지고 리처드는 형제들을 만나고 싶어했다. 누구도 대학 문턱을 넘지 못한 형제들에게 자랑거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40이 넘어서 대학생이 되겠다는 리처드에게 그녀는 존경심 까지는아니어도 그의 깊은 속내에 감탄했다.

그 날 식사는 기분 좋게 마무리 됐다. 그녀도 모처럼 다음날이 비번이었고 리처드는 학교가 쉬은 날이라 출근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했다. 둘은 포도주를 나눠 마셨다. 적당히 취한 그녀는 리처드가 한 잔 더를 원했으나 정중히 거절하고 늦은 시각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집에 도착해 한국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하고 있는 청소부원의 일은 어떤지 물었고 자신이 간호한 환자가 살아나서 식사를 같이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진학문제와 앞으로 진로에 대해 상의했다. 전화 속의 남편은 쾌활했다. 일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큰 소리로 말할 때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일꾼 같은 인상을 받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