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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리처드가 예약한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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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리처드가 예약한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2.3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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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가 완쾌되서 나간 후 정확히 한 달 후에 그의 어머니는 사망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사망이 슬펐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죽음이었으므로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대신 웃음으로 보냈다.

사실 그녀는 간호하면서도 리처드처럼 간절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러처드는 겨우 40이었고 그녀는 90세를 넘겼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살아 난다고 해도 리처드처럼 인생을 활기차게 보냈수 없었고 그녀 역시 살고자 하는 의욕대신 남은 생을 뒤돌아 보면서 자신을 반추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따라서 노인의 죽음은 축복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어도 매우 슬픈일은 아니었다. 리처드가 어머니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임종 전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동안 낳아주고 키워준 은혜에 대한 보답의 말을 했다. 어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아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리처드는 두 개의 꽃다발을 가져왔다. 하나는 어머니에게 드렸고 다른 하나는 간호했던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그녀에게 전해준 꽃 다발 위에는 예쁜 엽서도 있었다. 그는 서툰 문장으로 어머니 간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으나 그 보다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연정을 드러내는 것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퇴원 후 바로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삶의 의욕을 찾게 된 것은 모두 그녀 때문이라고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내 두번째 인생에서 당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리처드는 그녀에게 저녁을 사고 싶다고 적었다. 그녀는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으나 그가 떠나고 나서 편지를 한 번 더 자세히 읽어 보았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 날 그가 예약해 두었던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녀는 이 때만 해도 리처드의 호의에 한 번 정도는 응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고 이 만남이 두 번째로 이어질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주말이나 비번의 날은 자신의 일을 온전히 하는데 바쳐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어를 배웠으며 테니스를 쳤고 독서를 했으며 여행을 다녔다. 특히 그녀가 좋아하는 곳은 필아델피아 미술관이었다.

그녀는 틈나는데로 그 곳에 들러 화가들의 그림을 감상했으며 조각가의 작품을 뜯어 보았다. 그러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삭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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