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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9 22:37 (금)
일어 나기를 기원하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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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 나기를 기원하는 것 뿐이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2.26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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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런 태도를 갖게 했는지는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절대자가 그녀의 의식세계를 변화시켰다는 것 뿐이다.

그녀 스스로 변하지 않은 것이 아쉬움이지만 어쨌든 변한 것은 변한 것이므로 그녀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칭찬은 절대자의 몫이 아니라 나의 몫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칭찬했다.

고된 하루 일과를 그녀는 탓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 낯선 미국으로 온 것도 남의 탓이 아닌 모두 자신 탓으로 돌렸고 그 탓을 탓하지 않았다.

그녀는 왜 진작 이런 세계를 알지 못했는지 되레 의아해 하면서 지금의 봉사활동이 자신의 생애에게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여겼다.

그러니 그녀의 몸은 화장은 하지 않아도 10대 처럼 피어났다. 오십대의 여자라고는 할 수 없는 깨끗한 얼굴과 주름 한 점 없는 탱탱한 피부는 그녀의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을 과거에도 했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그녀는 자위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내일 아침 일어나 갈 곳이 없고 병든 노인들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것으로 큰 만족감을 느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리처드는 그녀의 간호를 받기 시작한 이후로 몰라 보게 몸이 좋아져 한 달 시한부 인생이라는 의사의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제 스스로 휠체어를 밀고 호스피스 병동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담당 의사는 그에게 다음 달이면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알렸다.

리처드는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 온 그녀의 간호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몸이 회복되고 자신이 예전의 건강을 되 찾 으면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해야겠다고 리처드는 다짐했다.

실제로 리처드는 겨우 40대 중반이었으며 위암 말기 선거를 받기 전까지는 건강했었다.

그는 체육 교사였고 부업으로 사회 복지 활동을 하고 있어 그녀와 공통점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리처드는 그녀가 필경 혼자의 몸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남몰래 사랑의 꿈을 키워 왔다.

그녀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랑은 언감생신이고 자신이 맡은 일을 하루 하루 충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충만해 한국에 있는 가족 걱정을 잊기까지 했다.

간혹 그녀는 한국에 있는 남편과 아들 딸 들을 생각하기도 했으나 남편은 청소원으로 해변을 청소하고 아들은 군대에 있으며 딸은 작은 직장 이지만 열심히 다니고 있어 크게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오직 걱정 거리라면 자신의 간호로 생의 마지막 구간을 지나는 사람이 리처드처럼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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