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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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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2.13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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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것이 원수였다. 그 원수를 이기지 못하고 그렇게 인생의 절반 이상을 허비했던 것이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서.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먹고 사는데 그가 그렇게 전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었다.

이미 벌어놓은 것도 있었고 부동산도 그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고 더 많이 먹고 살기 위해 절대자가 금지한 스티로폼에 손을 댔던 것이다.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경쟁자가 없었고 그동안 그것이 없어 불편했던 포장업계는 다시 나온 스티로폼에 열광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절대자의 눈을 잠시는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그렇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순식간에 벌었던 모든 것을 잃었고 저축해뒀던 상당량도 까먹었다.

차라리 하지 않았던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왔던것이다. 그는 이 지점에서 인생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을 바라볼 용기가 없었고 믿었던 이들의 배신은 그에게 사는 것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그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한강 다리를 거닐기도 했다. 찬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그는 눈 딱 감고 아래로 몸을 날리면 모든 것에서 해방될 것으로 믿었다. 끊임없이 괴롭히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런 그의 마음을 다잡은 것은 쓰레기 청소부 모집이었다. 그가 모집공고를 본 것은 신문의 지면이 아니었다. 누가 어떻게 알았는지 문자 메시지를 핸드폰으로 전송했던 것이다. 공무원 모집이면서 분야는 쓰레기 청소였다.

누가 자신에게 이런 장난 문자질을 했는지 처음에는 크게 화를 냈다. 이까짓 쓰레기 청소가 무어야, 하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로 온 문자는 경쟁률이 80대 1을 넘는다고 했다.

그는 호기심과 함께  경쟁률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한 번 해보자고 두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그가 행동에 나선 것은 세번째 문자를 받고 나서  였다.

'쓰레기를 줍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다. 당신은 그럴 일을 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청소부에게 필요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날마다 한강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선발의 제 1 조건은 30 킬로 미터 자루를 들고 달리는 100 미터 경주였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자루를 들고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워했으나 연습량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10 미터를 달리고 나중에는 50 미터를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결승점을 지나치고도 힘이 남아서 더 달려나가려는 두 다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할 정도였다.

몸이 단련되자 정신도 뒤따라왔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높은 곳을 바라지 않고 올라가지도 않았다. 한강변은 바람이 너무 차서 혼자서 걸어가는 짓은 평생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시험 당일에 체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당기기 위해 매일 하던 연습을 하루 쉬었다. 대신 실내에서 근육을 풀어주는 마무리 연습을 했다.

이것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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