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0 06:03 (토)
손을 얼른 자루 속에 집어 넣었다
상태바
손을 얼른 자루 속에 집어 넣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2.12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쓰레기 청소 요원으로 나왔을 때 그들은 대개는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한 때는 업계 대표 였던 사람도 있었고 그 업계의 고위직 임원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마지못해 쓰레기 자루를 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 해변의 쓰레기를 치우면서 그들은 점차 생각을 달리하게 됐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얼마나 자신이나 주변 혹은 사회나 국가 더 나아가 지구를 위해 중요한 일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은 정해진 하루 일과 시간을 넘겨서 더 많은 쓰레기를 줍기를 원했고 다음날은 일과가 시작하는 9시보다 두 시간이 일찍 7시부터 나와 쓰레기를 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런 노력이 해변의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데 충분히 일조하리하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조짐이 나타났다.

그들은 신명이 났고 이제는 이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겨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서로 나서겠다고 자원할 정도였다.

얼굴을 테러범처럼 감쌌던 그들은 이제는 태양을 가릴 수 있는 간단한 모자 하나만 착용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아예 그것도 없이 얼굴전체를 드러냈는데도 전혀 게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스티로폼을 몰래 제조했던 업체 사장은 쓰레기를 치우면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것이 스트로폼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장 열심히 청소에 나섰다.

어느 날은 자신의 회사 상품이름이 붙은 ‘천연 박스’라는 상표를 보고 잠시 멍한히 있기도 했다.

천연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스티로폼 대신 박스라는 일반명사를 사용해 눈을 속이려했던 자신의 비도적 행위가 얼마나 나쁜 일이었는지 새삼 깨닫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회사 이름과 주소와 전화번화가 찍힌 상표를 들었던 손을 얼른 자루 속에 집어 넣었다.

자랑스러웠던 것이 이제는 그렇지 않은 마음이 됐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사실은 절대자가 그렇게 하도록 주문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환경이니 자연이니 하는 것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오로지 성장과 돈과 편리만이 그의 일상을 지배했던 것이다.

그래서 절대자가 금지했던 스티로폼을 몰래 제작에 나섰던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은 이제는 완전히 바뀌어 환경과 자연사랑이 그 누구보다도 더 강했다.

그래서 일과가 끝나고 커피를 마실 때에도 반드시 일회용컵 사용을 거부했다.

종업원이 권하지 않아도 먼저 머그컵으로 달라고 요구했고 그런 자신이 이제는 뿌듯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의 인생은 50이 넘어 바뀌기 시작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