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가 공공의대신설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의료계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공공의료만 떼어서 볼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 전체적인 시각에서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을 재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려의대 생리학교실 한희철 교수(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회장, 사진)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신설 논란,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4월 정부가 당정협의사항으로 결정하고 보건복지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추진 발표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지난 8월 교육부에서 개최한 ‘2018년도 제2차 국가특수법인 대학 설립심의위원회’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추진안에 대해 단 2회 회의를 거쳐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대응 TFT를 가동해 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공의료의 정상화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남의대 폐고 이후, 10개 국립의과대학과 30개 사립의과대락에서 매년 3000명의 의사를 배출하고 있고, 2005년부터 시작된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는 2009년 들어 27개 대학이 의전원 체제를 도입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3개 대학만이 의전원 형태를 지속하고 있다.
한희철 교수는 “의과대학 신설문제는 단순히 의료계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정부가 좋은 의사를 양성할 책임과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이미 양성된 의사의 수급문제와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관심만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의과대학 신설은 매번 정치적 논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현재 의학교육을 위한 학생의 적정 수는 한 학년 당 평균 100명 정도지만 현재 한 학년 당 50명 미만의 학생 수를 가진 소규모 의과대학이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있어 교육의 부실과 교육투자낭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의학교육적 측면에서 소규모 의과대학의 학생정원을 적정규모로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지만 정부는 양성되는 의사의 수에만 관심을 갖고 의대의 수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안은 폐교된 서남의대의 정원을 이용하므로 의사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와 지역경제개발이라는 정치적 논리로 추진되고 있다”며 “정부가 고민하는 공공의료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공공의료를 담당할 특수목적의대를 신설해 공공의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의료충족은 그동안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이 함께 담당해왔으며 개인-의료미충족의 영역은 공공의료기관이 주로 담당했다”며 “현 상황에서 부족한 개인-의료미충족 부분을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게 아니라 보편적 공공의료의 개념을 도입해 현재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개인-의료충족 영역에서의 역할을 제고하려는 것은 그동안의 민간의료 시스템 역할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 교수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과 부속병원을 설립하고 유지하는데 투자하는 것보다 현재 공공의료의 주축인 국립대학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국가가 설립한 각 지방의료원에 투자해 현재의 공공의료 시스템을 현실성 있게 보강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며 “특수목적으로 양성돼 의무복무를 할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을 세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해 ▲보건의료의 발전 통한 공공의료의 발전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투자 필요 ▲공공병원 근무여건 개선 ▲정년퇴임 교수의 공공병원 근무 가능성 ▲의사양성에 대한 정부의 관심 등을 정부에 제언했다.
먼저 한 교수는 “현재 기능적 공공의료가 시행되고 이고, 전국민 의료보험 하에 국립, 민간 모든 병원이 국가의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공공의료를 떼어내 별도의 계획을 세우기 전에 전체적인 보건의료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그 안에서 공공의료발전을 위한 세밀한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예산을 반영하는 정책을 수립해야한다”며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통한 공공의료 정상화 정책방향은 현재 민간의료가 담당하고 있는 실제적인 공공의료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공공의료 관점에서만 세워진 계획이라는 한계점이 있다”고 전했다.
공공의료만 떼어서 보기 보단 보건의료 전체적인 시각에서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을 재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해선 특수목적의 국립공공의료대학원과 부속병원을 설립하기 보단 양질의 의사가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공공병원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수립해야한다”며 “정년퇴임하는 교수들이 공공병원 근무 가능성이 열린다면 공공의료기관의 인력공급 및 수준향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현재 40개 의대 및 의전원에서 매년 3000여명의 의사를 양성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전공의 급여를 책임지는 등 좋은 의사 양성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정부도 좋은 의사 양성에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희철 교수는 “정부는 의사들의 높은 직업윤리를 이해하고 성실하게 진료에 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역할을, 의료계는 국민 건강을 수호하기 위한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고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며 “공공의료 정상화 문제는 이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의학의 학문적 발전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나라의 Academic Medicine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