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16:37 (금)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나가도 들어왔다
상태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나가도 들어왔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2.03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술이 넘어간다. 술술 넘어가는 술을 먹으니 몸이 축 가라앉는다.

마음도 그렇게 아래로 자꾸 내려간다. 마치 지옥의 어느 지점을 향해 뻗어 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다. 끊는 물속에 담가지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려간 곳은 지옥이 아니다. 천국도 아니고 그저 내 마음의 깊은 심연일 뿐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병을 거꾸로 든다. 산정에서 절대자와 건배를 했던 그 순간보다 더 느리게 목을 축인다.

그 순간이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까마득하다. 절대자는 사라졌다. 언제 또 절대자를 만날지 기약이 없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이별이 슬프지 않다. 나는 절대가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지 않다. 그와 뒤풀이를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절대자의 길이 있고 나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가는 길이 꼭 같을 필요는 없다. 나는 몸을 두로 기댔다. 무언가를 해 냈을 때는 좀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집으로 가기 전에 술집에서 이런 한가한 시간을 맞고 있다.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나가고 들어왔다.

나는 주문한 안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몸은 지쳤고 마음은 편안했으므로 취기가 서서히 오르기보다는 바로 올라왔다.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오는 시간이 빨랐다.

한 병을 더 시킬까 말까 잠시 고민했으나 술맛이 좋았으므로 한 병 더 먹기로 했다. 그때 마침 피자가 나왔다.

화덕피자라고 메뉴에는 나와 있으나 불의 냄새는 없었다. 화덕에 구워 화덕피자가 아니고 그냥 이름이 화덕피자인 모양이었다.

그 피자 위에 마요네즈가 뿌려져 있었다. 이리저리 굽은 모양이 마치 사방을 감싼 철조망과 같았다.

이제 땅에서 그런 것은 사라졌으므로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책의 사진이나 이런 음식의 양념으로만 연상될 뿐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