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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시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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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시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0.05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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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코에 염증이 생긴 것이 비염이다. 

더 자세히는 비강내(코안)에 생긴 염증이다. 이 비염은 계절을 탄다. 어떤 사람은 사계절 내내 비염을 달고 산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우는 딱 이맘때만 나타난다. 그러니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계절성 비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찾아보니 비염에 관한 내용이 엄청 많이 있다. 알레르기성이니 만성이니 하는 것들은 물론 급성이니 혈관성이니 비후성이니 하는 알기 어려운 것부터 그렇지 못한 부분까지 실로 다양했다. 비염 하나를 놓고 논문을 쓴다면 수 백편 이상이 나올 것 만 같다.

하지만 그런 것은 둘째 문제였다. 찬 바람이 앞에서 불어와 코 속으로 순식간에 들어갔다. 그러자 간질 거리는 듯한 기운이 코를 중심으로 퍼져서 머리 위쪽으로 올라갔다. 코 속에 강아지풀을 들이미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 된 것이다.

그러자 발작처럼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그 것은 멈출려고 시도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명의도 이런 상태에서 기침을 멈출 수는 없다. 그 누구도 아니 절대자를 제외한 그 어떤 사람도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기침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기왕 나오는 기침인데 소리를 죽일 필요없이 나오는데로 기침을 했다. 내 소리에 내가 놀라듯이 주변에 있던 비둘기들이 힘차가 날아 올랐다. 비둘기를 놀라게 한 것은 내가 일부러 한 것 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쫒겨 날아간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기침은 더 몇차례 나왔다. 그러나 기침 역시 둘째 문제였다. 코를 타고 흘러 내리는 투명한 콧물이 문제였다. 그 것은 쉬지 않고 나왔다. 얼마나 많은 코가 코속에 있어야 이 정도로 콧물이 나올 수 있을지 휴지를 몇 번 사용해도 멈추지 않는다. 나중에는 아예 입으로 들어가거나 턱을 타고 내려 올 때까지 내버려 두기도 했다.

그런 상태가 되자 거미줄처럼 매달린 콧물이 눈앞에서 덩렁거렸다. 덜렁 거리던 것이 얼굴에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가도록 턱을 앞쪽으로 당기면서 고개를 흔들어 대기도 했다. 비염이 괴로운 것은 기침도 기침이지만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콧 물이었다.

재채기에 이은 콧물의 흘러내림은 달리는데 작은 장애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쉴 정도는 아니었다. 경험상으로 나는 이 비염은 이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믿었고 과연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콧 물이 흘러 내릴 때는 이 것만 멈추면 잘 될 것 같았는데 막상 그렇게 되자 이번에는 뒷다리 정확히는 종아리 부근의 통증이 뻑적지근하게 올라왔다.

요새 날이 좋아 날이 좋지 않은 날을 대비해서 무리하게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린 때문이었다. 밥은 세끼를 거르지 않고 먹으면서 왜 달리기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 라고 자문한 것이 달리기의 시초였기 때문에 매일 달린 것에 대한 불평은 없었다.

그럼에도 나이와 체력과 근육의 피로도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내 잘못이었다. 그러나 이 것 역시 인간의 몸은 쓰면 쓸수록 단련된다는 어느 헬스장의 구호를 떠올리면서 잊어 버렸다. 처음 찬바람을 이겨내자 두 번째 찬바람은 찬바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재채기도 멈추고 비염도 멈추었다. 그러자 가을 벌레 소리가 들여왔다. 이쯤이면 신대방역이 될 것이다. 근처 보라매 공원에 사는 메뚜기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들이 날아 다니거나 땅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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