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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그런 기운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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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그런 기운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10.04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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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으로 절대자를 만난다면 못해낼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상대를 만나면 그 좋은 기운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데 절대자도 그런 기운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허파는 넓어졌고 넓어진 허파사이로 신선한 공기가 끊임없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마치 호스를 뿌려 몸 안의 내부를 청소하는 것 같은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몸을 샅샅이 훑고 씻어 내니 상쾌한 것은 둘째 치고 날아갈 것 같이 몸이 가벼워졌다.

이러다가 정말 하늘로 나는 것은 아닐까. 새의 깃털처럼 날렵하게 기류를 타고 마음껏 하늘을 날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날씨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허파의 길이는 대장은 물론 소장보다도 길어질 것이라고 믿었다.(참고로 사람의 대장 길이는 보통 1.5미터 정도이고 소장은 무려 6미터 정도에 이른다.)

나는 달린다기보다는 날아 다녔다. 그래서 한강으로 향하던 몸을 180도 돌려 관악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날기에는 바다보다는 산이 제격이었다. 관악산 입구까지는 염창교에서 시작한다면 먼 거리였다.

그러나 달리지 않고 날아간다면 금세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난다는 기분으로 달렸다. 다리의 탄력은 지치지 않고 되레 늘어났으며 해를 등지지 않고 정면으로 받고 있어도 하나도 따갑지 않았다.

눈부신 햇살을 온 몸에 받고 나는 푸른 하늘 푸른 실개천을 마음껏 뛰어 놀았다. 가다 보면 끝이 있을 것이나 나는 끝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목적지를 생각하면 숨이 가파오기 때문이었고 조바심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정해진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달려도, 달려도 지치지 않았다. 관악산 입구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는 걸을 생각이었다. 걷는 것은 달리기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달리기 위해 작은 휴식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기가 어디쯤 인지 어림짐작을 해보는 것은 시도했다. 닭고기 굽는 냄새가 스쳐 지나갔다. 대림역 근방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 양 꼬치 냄새도 들어왔다. 굽고 먹고 마시는 일들이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술판을 벌이는 일행들은 여전히 야외 테이블을 점령했다. 춥다고는 할 수 없는 날씨이고 이를 누가 말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인도를 점령한 식탁은 엄연히 잘못된 것이었지만 관청에서 나와 치우라고 하지 않았다.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선이라면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다는 융통성이었다.

동물의 피비린내가 사라지자 다시 상쾌한 풀 냄새가 달려들었다. 낙엽이 떨어지고 단풍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 때쯤이면 나는 비염에 시달렸다. 비염은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재채기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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