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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허리를 들 새 없이 분주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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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허리를 들 새 없이 분주히 움직였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9.20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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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은 가게 안에 딸린 골방으로 들어가 있기 보다는 좌판 앞에 나와서 호객행위를 했다.

사려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였다. 추석이라는 반짝 경기에 매상을 올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도 있었고 이미 주문해온 많은 상품들이 재고로 떨이 판매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상인들은 올해는 경기가 좋을 거라는 언론보도를 믿었다. 다행인지 명절을 앞두고 서민들이 시장으로 몰려들었고 그들은 싸다는 말과 좋다는 말로 이용객들의 눈길을 끌려고 안간힘을 썼다.

또 많이 준다거나 하나를 덤으로 준다거나 하면서 진열된 물품이 최상이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 닦고 진열을 정비하는 등 구부린 허리를 들 새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로 싸고 좋으며 하나를 더 주는지 물었고 상인들은 비굴하지는 않지만 제발 내 말을 믿으라는 듯이 겸허한 표정을 지었다.

눈길을 마주 치기도 하고 딴청을 부리면서 안 사도 괜찮다는 듯한 여유를 일부러 부려 보는 것이다. 그러나 속마음은 지갑을 열고 부디 내 물건을 사다오 간청하고 있었다.

흥정의 과정은 당사자보다는 다른 사람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더 흥미롭다. 당사자가 되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마조마 하지만 남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매도자든 매수자든 누가 유리한 결정을 내리든 큰 상관이 없었다. 한 마디로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시장의 한 쪽 에서는 된장찌개나 국밥을 파는 집들이 김을 무럭무럭 피어 올렸다. 피어나는 김에서 나는 따뜻함과 배고픔을 동시에 느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엇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면 더워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언 몸을 녹여야 하므로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간사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지만 이렇게 까지 변할 줄은 몰랐다. 나는 애초에 무엇을 살 생각이 없었으나 사고파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것이든 사야하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을 느꼈다.

저 쪽에서 나를 유심히 보고 있는 배가 나온 아주머니는 내가 아무거나사지 않고 자신의 가게 앞까지 오는지 안 보는 척 하면서 보고 있었다. 앞쪽 가게에서 샀다면 자신의 물건이 팔릴 가능성이 그 만큼 적어지는 것이다.

눈길이 슬쩍 마주 쳤으나 나는 마주치지 않은척 했다. 손 글씨로 적혀 있는 가격을 보거나 생김새나 색깔로 상품의 가치를 따져 보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시장기가 사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는 듯이 획 돌아서서 무슨 이름도 없이 그냥 국밥집이라고 써진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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