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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지금쯤은 찿아 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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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지금쯤은 찿아 냈을지도 모른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9.19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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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찿아가는 절대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있을 만한 곳을 짐작할 수는 있다. 절대자는 낮은 곳을 좋아하지만 돈 냄새 풍기는 시장바닥 같은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을 관할하는 절대자가 하찮은 돈이 오가는 상인들의 손 때 묻은 모습을 환영 할리가 없다. 되레 시장을 싫어하는 눈치를 절대자는 나에게 한 번 보인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없애 버리지 않는 것은 그 보다 더 좋은 대안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절대자는 시장이 지배하는 세상의 원리보다 합리적이고 인간에게 더 바람직한 제도를 연구하고 있으며 지금쯤 찿아 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왁자지껄한 시장을 어서 벗어 나야했다. 그러나 눈은 좌우로 펼쳐진 그 곳의 풍경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호기심이 일어 무엇을 팔고 있는지 보았고 사람들은 무엇을 더 많이 사는지 관심있게 지켜봤다.

이것은 절대자에 대한 불경한 짓인지도 몰랐다. 그가 싫어하는 곳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에 화가난 절대가자가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 버릴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나는 힐끗 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들고 온 현명한 사람들은 주로 과일을 샀다. 배도 사고 사과도 사고 아직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대추도 샀다. 대추는 붉은 빛이 나기 보다는 아주 새파랗는데 덜 익었다는 증거였다. 저런 대추를 직접 먹을 수는 없다.

그래도 시장에서 팔리는 것은 제사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추 없이 추석 상 차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고 그 것은 상인들도 이미 판단한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익지 않은 과일을 따고 그 것을 과감하게 좌판에 펼져 놓은 것이었다.

추석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옆 사람이 북어포를 흥정하는 것을 듣고 또 한 번 상기했다. 글피가 추석인데 지금 장만하지 않으면 다 떨어진다는 상인의 엄포에 그럼 다른 상점에서 사지 뭐, 하는 배가 나온 중년 여자의 대꾸하는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장을 얼른 통과하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오염된 방사능 지역을 통과하듯이 신속히 그렇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절대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이런 구경이 더 신나고 즐겁기 때문이 아니라 절대자에게 첫 마디로 건넬 말을 찾아 보기 위해서 였다.

어쩌면 상인들과의 대화에서 절대자를 움직일 만한 어떤 결정적인 단어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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