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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그 시점이 바로 이 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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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그 시점이 바로 이 때 였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9.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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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를 찿아 가는 길은 마음만큼이나 상쾌했다.

길의 양옆으로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오색 빛깔의 꽃은 바람이 불 때 마다 흔들렸고 그 때마다 작은 냄새를 여기 저기로 흘려 보냈다.

주변에서 풀을 뜯는 말은 보기 어려웠으나 하늘은 높고 높았다. 그 하늘 아래로 이런 저런 이름을 가진 구름들이 여기로 왔다가 저기로 가면서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장관이 따로 없었다. 이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살짝 행복해 지기 까지 했다. 이런 풍광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만 여겼다. 사실 그랬다. 최근 몇 달 동안은 그야말로 침통의 연속이었고 공기를 매우 혼탁했다.

창밖은 닦지 않은 것처럼 흐릿했으며 철가루 날리는 공기는 숨쉬는 것이 고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이러다가 지구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닌가, 그 시점이 바로 이 때라 해도 과장되지 않을 정도였다.

언젠가 그 날은 올 것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나 내 생전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구 버렸고 버리기 위해 마구 사들였다. 환경은 날로 악화됐으나 지금 당장 죽는 것은 아니었기에 먼산 불구경 하듯이 허리춤에 손을 얹어 놓는 것이 고작이었다.

혀를 끌끌차거나 이래서는 안된다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만 지껄였다. 그러던 것이 불과 몇개월 전이다. 사람들은 그 시간을 벌써 잊어 버렸다. 지금이 중요했다. 사방으로 꽃이 피고 서해서 불어 오는 바람은 먼지가 섞이지 않았다.

그래서 숨쉬기가 편했고 걷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마치 발에 용수철이라고 박힌 듯이 깡총깡총 뛰어 다닐 정도 였다. 발 뿐만 아니라 온 몸이 그랬다. 몸통도 머리도 심지어 팔까지 스프링에 의해 이리저리 나부끼는 몸이었다.

그러니 절대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사막에서 늙은 여우를 만나러 가는 조종사처럼  씩씩할 수 밖에 없었다. 다들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물어 보지 않았지만 그들은 앞뒤로 손을 크게 흔들면서 앞으고 나아갔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자꾸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앞으로, 앞으로 행진하는 것 같았다.나도 그 아이들처럼 앞으로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는 길에 뚜렷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이라면 절대자가 앉아서 잠시 쉬기에 적당한 곳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쉬고 있다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몇 마디 물어 본다고 해서 실례 될 일은 아닐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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