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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조금 속도를 줄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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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9.12  08: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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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원하지 않아도 표시해야 하는 고마움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불쌍한 인간을 봤을 때 느끼는 측은지심과 비슷하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정이다.

어쩌면 인간일지도 모르는 인간이 아니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절대자에게 어떤 식의 감사함을 전해야 할 지 잠시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빠르게 달리기 보다는 조금 속도를 줄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는 것이 떠오르지 않는 무언가를 생각해 낼 때 도움이 됐다. 벅차오르는 숨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머리로 새로운 것을 끄집어 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속력이 떨어지자 힘이 조금씩 비축됐고 남은 힘은 절대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해보는 것이 옳다는 지점에 도달하도록 도와줬다. 만난지도 오래됐으니 핑계를 댄다면 약속을 잡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만나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 이런 하늘, 미세먼지 없는 , 그래서 측정기에 측정값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대기를 준 것에 대해 고마워요, 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 전부 인데도 꼭 그 말을 전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 절대자를 만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만난지 오래 됐으므로 이유 불문 하고 지금쯤이면 만나야 하고 더 늦는다면 만나기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조바심도 앞선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자 만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고 그러자 멀리서 절대자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미리 생각해 둬야 했다.

생각 같아서는 급히 달려가서 손이 어깨에 달 정도의 거리가 되면 가볍게 그 곳을 치거나 아니면 허리를 잡고 포옹해 주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 것은 절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으므로 생각하는 순간 지워 버렸다.

그 분은 내가 그렇게 대할 정도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이 아이었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고 그런 행동은 보아서 바람직하지 않았다.

만남의 자세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달리기보다는 속보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했더니 악수하는 방법이 바로 떠올랐다. 속도만 조금 줄였을 뿐인데 이런 생각이 나오다니 정말 인체의 신비는 놀라웠다.

하지만 이 것 역시 상대가 먼저 손을 뻗어서 그런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먼저 바지속의 손을 꺼내는 것도 어색한 일이었다.

절대자는 신체접촉을 원하는 스타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멈칫 거리면서 어쩡쩡한 태도를 잠시 동안 갖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왜, 행동이 조금 불편하고 안절부절은 아니더라도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않는가.

이 것은 호랭이와 마주친 도사견이 꼬리를 다리 사이에 넣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최대한 예의를 차리려는 의도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비굴한 것은 아니다.

절대자는 절대자 이기 이전에 연배로 치면 나와는 수 백년 이상 윗세대가 아닌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이며 그 할아버지의 고조할아버지 하고도 더 먼 시간을 살아온 삶이 절대자의 오늘날 모습이다.

보통사람처럼 겉모습만으로 연배를 짐작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이 것은 웃사람에 대한 공경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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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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