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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사람은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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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사람은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8.20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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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가 나타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기 보다는 뜨거운 역풍으로 역한 아스팔트 냄새를 실어 왔다.

모기조차 더위에 지쳐 꽂을 자리를 찾았음에도 제대로 물지 못하고 비실비실 쓰러졌다. 무언가 앉는 느낌이 들어, 들어 올린 다리를 보니 모기가 앉았는데 침을 찌르지 못하고 내려놓고 있다가 그대로 낙하했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었다. 다리에 붙은 모기는 죽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피를 빨아 먹기 위해서였는데 그러지 않고 그대로 떨어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 것 역시 절대자가 아직 편히 속세로 나와 굽은 세상을 곧게 펴기에는 이른 시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매미조차도 나무에 앉아서 허물을 벗는 대신 도로에 나와 치여 죽기만을 기다렸다.

정상적인 여름 상황은 아니었기에 절대자에게 신호를 보내기보다는 조금 기다려 보는 것이 좋았다.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지열을 조금이라고 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별 차이가 없었지만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가져 올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그런 자세로 게속 앞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달렸다고 하지 않고 이동 시켰다고 한 것은 달렸다는 표현을 하기에는 달리기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속도감이 있어야 하고 걷는 것 보다는 빨라야 달리기라고 말 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제자리 걸음 보다 조금 나은 상태라고나 할까.

춤추는 러너나 나나 우스꽝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그가 나를 보고 내가 그에 대해 느꼈던 것과 같은 느낌으로 평을 한 다면 중늙은이가 달리기를 망쳐 놓았다고 한탄 할 지모를 일이다.

남을 관찰하면 남도 관찰한다는 이치는 얼추 맞아 떨어진다. 남모르는 사람과 한 두 시간 같이 있다 방으로 돌아오면 수군 댈 준비는 끝난 것이다.

그 사람은 어떠한가, 남자가 왜 그러니, 여자가 나이 들어 보인다느니 관심이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말투로 하지만 이런 것은 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평가다.

이런 스잘데기 없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날씨 때문이다.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다 퇴근해서도 그 것의 신세를 져야 하는 대신 밖으로 나와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그것은 습관이나 운동이나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밖으로 나왔으나 밖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길게 혀를 빼보아도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지나가는 흰색 말티즈가 혀를 내밀고 헉, 헉 대 길래 저렇게 하면 조금 나을까 싶어 따라 해  봤으나 그 것은 개에 해당될 사항이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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