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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재활교과서 표절 인정 판단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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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재활교과서 표절 인정 판단 기준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8.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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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정리·표현방식 따라 저작물 인정"
 

그동안 의료계와 한의계 사이의 갈등을 야기했던 한방재활의학교과서 표절 문제에 대해 법원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대한정형외과학회 및 의사 2명이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1년 3월경 한의사들로 구성된 한방재활의학과학회가 A출판사를 통해 ‘한방재활의학’이란 책을 출판하면서부터 였다.

해당 학회가 펴낸 한방재활의학에는 정형외과학회 등이 각각 저술한 ‘정형외과학’, ‘재활의학’, ‘광선치료’ 등의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이에 정형외과학회 등은 한방재활의학의 제3장, 제5장, 제8장 등은 정형외과학, 재활의학, 광선치료 등의 일부를 그대로 전재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해 수록했다면서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를 상대로 각각 1500만원씩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는 “원고들이 작성한 책의 내용에는 해당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 내지 용어를 사용해 누가 표현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들로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방재활의학에서 원고들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이 일부에 불과하고 원고들의 서적을 참고문헌으로 기재해 출처를 명시했다”며 “한방재활의학이 한의학과 학생들의 교육연구라는 공공적인 목적이 있고, 전체 내용 중 원고들의 서적을 이용한 부분이 양적·질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의학계에서 이미 알려진 이론을 기초로 하기는 했지만 그 책들의 이용자들이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나름대로의 표현방식에 따라 책을 저술했다고 인정된다”며 “원고들이 저술한 서적이 다수의 외국 서적들을 번역해 수록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하더라도 해당 서적들에는 저작권법 상 2차적 저작물인 번역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 측의 주장에 대해 “외국어를 국어로 번역함에 있어 원고 서적이 학술서적임을 감안하여 원문에 충실히 번역한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다른 표현의 여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재판부는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가 지난 2015년 한방재활의학 제4판을 출간하면서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내용을 새로 쓴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이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부분들의 서술이 누가 표현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들에 불과한 게 아님을 간접적으로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저작권법 제28조를 들어 정당하게 서적을 인용했다는 피고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방재활의학’이 상업적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한방재활의학과학회의 주장에 의하더라고 저작권 침해부분이 6%에 이른다”며 “원고들의 서적 일부를 그대로 전재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해 수록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의 행위가 공표된 저작물의 정당한 인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방재활의학과학회와 A출판사는 원고들의 서적에 관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되므로 공동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했다는 피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제3장에는 참고문헌도 기재하지 않았고, 정형외과의 서적을 참고해 외국 문헌을 번역하거나 국내 문헌을 검색해야 하는 수고와 노력을 들이지 않게 됐다”며 “한방재활의학회의 행위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방재활의학회와 A출판사는 대한정형외과학회의 원고 서적에 관한 저작재산권(복제권), 저작인격권(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만큼 재산적·정신적 손해배상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피고들의 이익액과 저작권 침해부분에 대한 기여도와 비중 등을 감안, 80만원의 재산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창작성의 정도, 저술 기여도, 동일성 유지권 침해 부분의 양적·질적 중요성 정도, 원고 서적별 침해 정도, 침해행위의 태양, 경제적 지위, 분쟁 경위 등을 참작, 위자료 배상액을 4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단했다.

해단 판결에 대해 의료계에선 현명한 판단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어려운 소송을 맡아 진행하느라 고생하신 학회 관계자 분들에게도 회원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방 부회장은 “재활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한의사들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라며 “기본적으로 재활이라는 개념 자체가 한방에 있지 않다. 현대의학에 의한 치료를 하고 싶으면 의대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의사 면허를 따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의학을 한다고 하면 전통의학 분야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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