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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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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
  • 의약뉴스
  • 승인 2018.08.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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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더웠다. 낮에 달궈진 도로는 밤에도 식지 않았다. 습도가 높은 날은 낮보다 더 더웠다. 누구나 짜증을 냈고 기회가 되면 싸우려는 사람들처럼 얼굴이 붉어 있었다.

이런 날은 뭘 해도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가 되레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에어컨 바람을 따라 실내로 스며들었다.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한다는 전력 사용량이 발표됐다. 원전을 선호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더 지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축소하고 짓는 것 마저 폐쇄한다고 아우성을 쳤다. 화력 발전에 기댄 사람들은 대안은 화력 밖에 없다고 눈을 부라렸다.

더위로 사람들이 죽어 나자빠지면 그 때서야 후회하겠느냐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되받아더 큰 목소리로 그 것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기껏 더위 때문에 라고 하기에는 실제로 많이 더웠다.

서울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찍었다. 해도 너무 했다. 이인은 핵전쟁이 아니라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멸망을 자초할 거라는 얼뜨기 기상학자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올 여름은 혹서였다. 혹서 다음에는 혹한이라고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은 겨울을 재촉했다. 백화점 매대는 겨울옷이 여름옷을 밀어냈다. 지금 사둬야 싸게 살수 있다고 직원들은 겨울 옷 미리 장만하라고 소리 질렀다.

이인은 아파트를 나섰다. 두 대인 엘리베이터 한 대는 고장 나서 한 대만 운행중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었고 오는 엘리베이터 마다 사람들이 꽉찼다.

자주 층에 섰고 일부는 타지 못하고 탄 사람들을 무섭게 바라보기도 했다. 운 좋게 한 번에 탄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열기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난방 때문에 폐쇄 공포증을 느껴야 했다.

숨이 턱 막히고 화장품과 그 밖의 사람 냄새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짜증을 부채질 했다. 드러내 놓고 더위를 탓하는 사람도 있었다.

실내를 벗어나자 훅하고 뜨거운 기운이 온 몸을 확 사로잡았다. 저녁 8시 인데도 낮의 태양은 지지 않고 서녘 하늘에 머물면서 지독한 열기를 지구로 내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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