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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앞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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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8.10  0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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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사였다. 그것은 적을 향해 쏜다기보다는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 같았다.

부상병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15발 들이 탄알을 다 소모하고 곧 탄창을 바꿔 끼면서 연달아 사격을 해댔다. 그 때 그가 내지르는 소리는 총알이 발사돼 나가는 소리보다 더 크고 날카로웠다.

순식간에 75발의 탄환을 다 사용했다. 총신은 불처럼 뜨거웠고 실제로 불이 붙은 것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손으로 다가오는 뜨거운 기운 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 순간 그는 수류탄을 들어야 할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엎드려 있었으므로 굳이 그럴 필요 없이 깐 수류탄을 지체 없이 앞쪽으로 멀리 던졌다.

폭발음이 대단할 것이므로 그는 귀를 두 손으로 막고 이미 박은 고개를 더 깊숙이 앞으로 숙였다. 굉음이 울려 퍼지고 천장에서 흙이 쏟아져 내렸다. 그는 그렇다고 느꼈다. 엄청난 충격이 그에게 전해져 왔다. 하지만 발목이 잘리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타격은 입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순간 고요가 찾아 오자 그는 여전히 대고 있는 총열의 덮개에서 서둘어 손을 떼어냈다. 그로부터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한 참 후에야 부상병은 잘려 나간 발목과 덴 손의 아픔을 온 몸으로 느꼈다.

공포에 떨고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떨었다. 그 즈음, 2조와 3조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다 들 죽음과 맞서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적을 깨끗이 처리하고 굴 속으로 나가는 것이 그들의 일차 목표였다. 하지만 적들도 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으므로 숨은 적은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조장들은 이 싸움이 지금까지 자신들이 베트남에서 겪은 가장 크고 가장 위험한 전투라는 것을 인지했다. 여기서 살아 나가면 충분히 살아서 귀국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그들은 이번 작전의 성공을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어떤 작전을 어떻게 펴야 할지는 알 지 못했다. 발견하는 적을 제거하라는 급한 명령만 받고 서둘러 투입된 결과였다. 그래서 그들은 당황했다. 명령에 따른 다면 죽든 살든 그 것은 쉽게 결정할 문제였다.

하라는 대로 하기만 됐는데 지금 상황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병력을 제자리에 두어야 할 지, 아니면 이동을 해야 할지, 이동을 한다면 어디로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조장들은 굴 밖의 작전 상황실로 유선전화를 연결했다. 상황실에서 내린 명령은 적을 찾아 섬멸하라는 투입 전의 명령과 동일한 명령이었다.

전투가 벌어진 상황을 설명했으나 전과에대한 설명이 없자 연대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결과를 알지 못하는 전투가 어디 있느냐고 지휘관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는 그럴 만한 위치에 있었다. 그가 지르는 소리는 아무리 커도 적이 들을 수 없는 안전한 장소였다. 옆에 서 있는 부관을 쳐다 보면서 지휘관은 한 곳에 있지 말고 움직이면서 적을 찾아내라고 명령했다.

"알아 들었어?"

그가 마지막으로 힘있게 말했다. 조장은 그 제서야 안도했다. 명령은 내려졌고 자신들은 그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됐다. 그는 대원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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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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