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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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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심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8.08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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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작전을 할 때는 치밀해야 한다. 공격 할 때보다도 더 많은 준비와 점검이 필요하다. 감정에 치우쳐 급하게 서둘러서 생기는 오류를 사전에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의 보복은 이런 절차가 생략된다. 대신 무자비한 증오심만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는 수가 적거나 준비가 덜 된 적에게는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잘 훈련된 적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독침을 쏜 적은 아군의 추격을 미리 예상하고 퇴각하면서 각종 부비트렙을 설치했다.

설치 했다고는 하지만 그 전에 미리 설치된 것을 바로 작동되게 준비한 것이다. 밟으면 창이 나와 옆구리를 찌르거나 발목만 잘리는 프라스틱 지뢰가  대표적이었다.

지뢰는 그 자신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군이 사용하던 것을 탈취했거나 매설한 것을 파내 위치를 이동시킨 것이었다.

아군의 무기가 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조장과 대원 두명을 잏은 3조는 부조장의 지휘에 따라 적이 도주했을 만한 통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앞 선 대원들은 어떤 예민한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바로 사격해도 좋다는 명령을 이미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들은 식스틴의 방아쇠를 반자동이 아닌 자동 상태에 두었고 바로 투척 할 수 있도록 수류탄의 위치와 작동 방법을 상기했다.

아군에게 피해를 입힌 적은 두 배로 보복을 당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이번 작전은 아군의 큰 손실로 이어지는 참사로 결론이 났다. 퇴각하던 적이 설치한 부비트렙에 앞서 가던 병사 하나가 창을 맞고 쓰러진 것이다. 그 것은 공포였다.

차라리 총에 맞았더라면 이 보다 더 한 두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예리하게 깎인 대나무 창을 맞아 쓰러진 병사는 가슴으로 피를 쏟았고 곧이어 두 눈을 뜨고 죽었다.

부조장은 죽은 병사처럼 두 눈을 무릅떴으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대원이 창을 맞고 쓰러지면서 내지른 엄청난 고함 소리에 다른 병사들은 일제히 전방 사격을 했다.

어둠 속에서 총알은 붉은 빛을 품고 사정없이 발사됐다. 15발 탄창에 든 탄알이 순식간에 다 쏟아 졌다.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나가지 않자 병사들은 빈 탄창을 버리고 새로운 탄창을 삽탄했다.

그리고 다시 방아쇠를 당길 무렵 부조장은 사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병사하나가 지뢰를 밟고 나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참담했다.

발목을 잘린 병사는 죽지 않았으나 전투력은 큰 손실을 보았다. 부조장은 자신의 보복 공격이 실패로 끝났음을 직감했다. 그는 더 전진하다가는 남은 병력마저 모두 잃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서둘러 후퇴했다. 발목을 잘린 병사는 다른 병사의 부축을 받았다. 이 때 그의 머리속에는 다친 병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심했다.

스스로 걸을 수 없는 병사를 두고 그 대로 떠날 것인지 아니면 아군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처치하고 갈 것인지 아니면 삶과 죽음을 끝까지 같이 할 지 부조장은 잠시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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