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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동료들의 온 몸을 사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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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동료들의 온 몸을 사로 잡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8.07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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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훈련된 적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좁은 공간에서 마치 한 명이 움직이는 것처럼 세 명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살기 위해 적들은 공격을 감행했다. 그 즈음 조의 조장은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그는 적이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으며 그들이 곧 무슨 짓을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아군에게 참혹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혔다.

그는 그 자신은 물론 대원들을 위기에서 구해야 할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쭈그리고 앉거나 벽에 기대고 서 있는 대원들에게 행동을 해야 할 지 지시를 내려야 했다.

앞 쪽으로 이동을 하든지 전방을 향해 사격을 하든지 아니면 등을 돌리고 뒤로 도피를 해야 하는지 셋 중 하나의 선택지를 받아 들여야 했다.

조장은 사격은 무모한 짓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오발 사격으로 어느 정도 위치가 노출된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공격은 예방의 차원도 방어의 것도 아닌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불장난에 불과했다.

그래서는 그는 앞쪽으로 신속히 위치를 바꾸거나 뒤로 방향을 뜨는 것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무언가 따끔한 것이 얼굴에 맞았는데 그 것은 작은 벌이 쏘고 금방 날아간 것 같은 짧은 통증이었다.

조장은 내색하지 않았다. 무언가 맞을 수도 있고 실제로 벌이 쏘고 달아났을 수도 있었다. 그는 뒤로 조용히 후퇴하는 작전을 내렸다. 대원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굽은 길을 꺾고 또 돌아서 상당한 거리를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를 더 간 다음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멈추고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조장은 쓰러졌다.

쓰러지는 조장을 바치던 대원도 같이 쓰러졌다. 후퇴하는 대원을 향해 적이 날린 독 침이 대원의 등 뒤에 꽃혔던 것이다. 그렇게 쓰러진 대원이 3명이었다.

나머지 대원들은 쓰러진 대원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불안한 가운데 조장의 역할을 맡게 된 부조장이 작은 랜턴을 꺼내 조장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의 왼쪽 뺨은 화색 대신 검은 색 반점이 자라고 있었다. 급하게 부조장은 땀으로 얼룩진 대원의 상의를 벗겼다. 등의 가운데에 작은 가시 같은 것이 박혔다 사라진 흔적이 보였다.

부조장은 직감적으로 독침에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서둘러 구대장에게 전했고 지상의 작전사령부에도 통보했다.

조장을 포함한 대원 3명이 적의 기습으로 위기에 처한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고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무자비한 보복 밖에는 없었다.

구대장이나 사령부의 전령을 받기도 전에 그는 남은 대원들을 수습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제는 생명의 위험에 따른 두려움이나 공포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적에 대한 동료의 복수를 갚아주는 것이었다. 무자비한 응징의 마음이 동료들의 온 몸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수류탄이나 화염방사기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다. 크레모아 설치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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