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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12:11 (금)
87. 현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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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현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8.06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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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무작정 진군하는 대원들은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손에 쥔 식스틴의 덮개가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였다. 긴장의 강도는 더해 갔고 의도적인 굶주림은 그런 상태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자칫 하면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1조의 선두에서 섰던 첨병 역할을 하던 대원이 어둠 속에서 미끄러지면서 실탄이 발사된 것이다.

다행히 전방에는 아무도 없어 오발에 의한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총소리는 굴속의 깊은 곳까지 울려 퍼졌다. 적이 있다면 그런 소리를 듣고 어떤 대책을 강구했을 것이고 아군은 아군대로 적이 쏜 총인지 아군의 총인지, 실수인지 의도적인지 파악하느라 서둘렀다.

아군끼리는 암호로 아군에 의한 우발적인 발사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구대장 대위는 현 위치를 사수하라고 명령했다. 1, 2조 조장은 그대로 따랐다.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대원들은 추가 명령이 있을 동안 최대한 자신의 몸을 낮게 하면서 어떤 작은 소리라도 들을 까 해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과적으로 현 위치 사수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 있던 적의 1소대는 총소리를 듣고 적이 자신들과 불과 100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을 찾아 굴속을 헤매던 적은 비로소 적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들은 신속히 움직였다. 미로 속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적은 지도를 통해 아군이 은신한 위치를 파악하고 바로 공격대열로 전열을 정비했다.

그들이 사용할 무기는 총이나 수류탄 대신 부비트랩과 검이나 활 같은 구식의 무기였다. 자신들의 희생을 최소한 줄이자는 것이 그들의 공격목표였다. 대신 이러한 공격방식은 적에게는 극심한 공포를 심어주어 내부혼란을 일으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지리를 잘 아는 3명을 선발한 적 대장은 3명에게 절대 총을 사용하지 말고 1차 공격 후 바로 퇴각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어둠속을 낮과 같이 재빨리 움직였다. 손에는 입에 대고 불 수 있는 작은 통을 들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독이 발라진 침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독침은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였다. 

3명이 동시에 쏘거나 아니면 순차적으로 발사하면 수 십 개의 독침이 적의 몸통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직감적으로 독침을 쏠 위치까지 왔다고 판단한 적들은 일시에 횡렬로 서서 쏘기 보다는 한 명이 쏘고 나서 두 번째가 쏘고 다시 마지막주자가 쏘고 나서 퇴각하는 것으로 이미 짜논 작전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 순간 바닥에 엎드린 아군들은 각종 벌레에 시달렸다. 개미 같은 작은 것들이 물거나 길고 흉측한 벌레들이 얼굴이나 노출된 팔뚝 사이에 달라붙었다. 귀를 땅에 댔던 어떤 대원은 벌레가 귀 속에 들어가 속으로 비명을 삼키면서 손가락으로 귓 속을 쑤셔댔다.

엎드렸던 대원들은 벌레의 공격을 피해 쭈그려 앉거나 일부는 서서 벽에 기댄 상태였다. 조장도 더는 엎드려 있을 수 없어 벽에 기댄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 때 조장은 어떤 육감적인 낌새를 느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이 섰다. 조장은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대원들을 이동 시킬지 아니면 현 위치를 사수할 지 잠시 고민하다가 이동해야 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원들에게 자신의 작전을 설명했다. 구대장에게는 사후 보고할 생각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했다.

대원들이 한 쪽으로 몰려 이동하려는 순간 적이 통을 입에 가져다 댔다. 적과 아군의 거리는 10미터 내외였다. 독침이 목표물에 도달할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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