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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동요하는 대원들을 잠재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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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동요하는 대원들을 잠재워야 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8.0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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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의 전투조 투입은 그 만큼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정확한 상황파악을 할 겨늘도 없이 투입된 전투조가 당황한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아무리 전투에 이골이 난 전투병이라 할지라도 어두 깜깜한 곳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찾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빠른 투입이 적 추격의 선결조건인 것을 감안해도 이것은 지휘부의 오판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연대장은 더 빨리 투입하지 못한 것은 중사와 대원이 너무 늦게 굴 밖으로 나온 때문이라고 이들을 은근히 질타했다.

3명이 투입돼 10여명을 사살한 전과를 올렸음에도 대원 하나를 잃은 것을 두고 우리 측 손실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 것은 중사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어쩌구니 없다는 생각을 중사는 하고 있으면서도 연대장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것은 투입된 추격조가 전과를 올려서 자신의 승진에 유리하도록 중사가 더 많은 정보와 작전에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내라는 의도였다.

중사는 자신이라면 어떻게 작전을 짤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 추격에서부터 적과 맞닥뜨리고 교전했던 상황, 그리고 탈출과 대원에 대한 살의 까지를 곱씹었다.

그러나 딱이 작전이라고 할 만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적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짜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살아서 돌아올 숫자가 많지 않을 거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중사는 생각했으나 그 말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연대장은 유선으로 연결된 전화를 통해 구대장과 조장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빨리 적과 찾아 월등한 무기를 사용해 전과를 올리라는 독촉이었다.

구대장 대위는 연대장과 통화에서 자신들이 위험에 노출된 것과 화염방사기나 수류탄 투척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욕설만 들을 것이 뻔했고 나약한 지휘관이라는 낙인만 찍힐 뿐이었다. 다만 대위는 아직 적과의 조우는 하지 못했고 너무 어두워 전진하는데 애를 먹고 있으며 냄새를 피우지 않기 위해 먹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기 때문에 대원들이 배고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실 대원들은 10시간이 넘도록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수통의 물로 겨우 목을 축이는 정도였다.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3일 분 식량을 챙겼으나 대위는 먹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작전이 끝나고 나서 실 컷 먹자고 대원들에게 말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원들은 동요하는 기색을 보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대원들의 분변은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대위는 적과의 싸움보다는 우선 흔들리는 대원들을 잠재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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