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대장은 온 신경이 바짝 긴장해 있었다.
전투복으로 스며드는 땀방울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전방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첨병이 멈춰 서서 어떤 말을 할 지 기다리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본능적 감각이 어떤 지시를 내리고 있는지 예민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첨병은 멀리서 피의 냄새가 나고 있음을 보고 했다. 부대장은 아까 발견했던 그 장소에서 멀리 떠나지 않은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오른쪽으로 난 길로 방향을 잡았다.
첨병은 아까 맡았던 피와 지금의 피가 다른 냄새를 풍기는지 더 기다려 보고 싶었으나 부대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이 소매를 끌어 오른쪽으로 소를 몰듯이 몰았다.
부대장의 뜻이 옳았으므로 첨병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 몸을 돌렸다.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아까의 냄새와 지금의 냄새는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물체가 내는 냄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첨병도 알았다.
그는 부대장의 감각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면서 앞쪽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냄새에 코를 당겨 심호흡을 했다.
분명 조금 전의 냄새와는 다른 냄새가 그에게 앞에 무언가 이상한 물체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고 하려 할 즈음 부대장도 전방의 예사롭지 않는 상황을 눈치 챘다.
그는 좀 전 보다는 덜 자극적이고 덜 혼란스러운 냄새의 정체를 곧 알아 차렸다. 그 것은 그들이 그토록 찾고 있는 적의 잔당들이 흘리고 간 잔밥 같은 냄새였다.
전시에서 이것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 시키는 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나는 모르고 적은 알고 있다면 그 것은 해보나 마나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적도 완전히 알고 있지는 못했기 때문에 중사 일행에게도 약간의 희망은 남아 있었다. 적의 부대장은 첨병을 멈추게 하고 그 곳에서 잠시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골머리를 싸맸다.
적은 있는데 적이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을 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대장의 심장이 크게 울렁거렸다. 적은 많지 않은 숫자였다. 많아야 5~6명 정도라고 부대장은 판단했다.
그 이상의 숫자는 무의미 했다. 아무리 미동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숫자는 어떤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었다.
부대장은 적의 숫자를 파악한 만큼 이번에는 정확이 어느 지점에 적들이 몰려 있는지 위치를 찾기 위해 첨병과 물소의 의견을 물었다.
첨병은 아까처럼 자신이 혼자 나아가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오겠다고 말했으나 부대장은 이번에는 거절했다. 물소병사는 자신이 적이라면 직선에 있지 않고 굽은 길의 모퉁이에 있을 거라고 말했다.
부대장의 생각도 같았다. 그렇다면 적은 일직선으로 가다 왼쪽으로 꺾어진 곳에 있다. 부대장은 그 위치와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머리속으로 계산하기 위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계산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