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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존경심이 저절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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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존경심이 저절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7.20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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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집힌 콧구멍이 얼얼했지만 첨병은 부대장에 대한 반감 보다는 거역할 수 없는 존경심이 더 강해졌다. 그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적을 소탕하는데 더 과감하게 나설 것을 다짐했다. 부대장은 그를 다독였다. 너의 진심을 안다고. 하지만 지금은 전쟁 상황이므로 섣부른 감상은 피하라고. 그런 것이 너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고, 너만 죽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원 모두를 죽일 수 있다고 그러니 앞으로는 다른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고 다짐을 주었다.

그리고 일으켜 세우고는 한 번 가볍게 안아 주었다. 부대장은 생각 같아서는 조인트를 까고 큰 소리로 엄벌에 처한다고 경고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연병장에 모아놓고 겁을 주거나 전투 의식을 고취하는 그런 무모한 연설을 할 때가 아니었다.

첨병은 소중한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든든한 대원이 아닌가. 그가 있어야 앞선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그래야 죽은 동료에 대한 복수가 가능했다.

부대장은 첨병의 보고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진 하지 않고 샛길을 이용했다. 그도 중사처럼 감각을 중시했다. 전투에서 모범답안이라는 것은 없다.

순간적인 판단이 생사를 좌우 했다. 부대장은 적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적이 생존해 있다면 현장을 서둘러 빠져 나갔을 것이고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위험 지역은 서둘러 벗어나는 것이 당연했다. 굳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 현장을 보존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부대장은 곧바로 직진해 아군의 시체를 수습하기 보다는 적의 이동 흔적을 찾아 움직였다. 부대장이 간 길에는 중사와 대원이 쓰러져 자고 있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적도 아군도 서로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긴장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부대장은 첨병을 앞세웠지만 전적으로 그에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았다. 첨병이 예민한 후각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면 부대장은 감각과 느낌으로 적의 동태를 파악했다.

부대장의 뒤에는 후미를 방어하는 물소가 한 명 따라붙었다. 부대장은 그를 계급이나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항상 물소라고 불렀고 그도 그 부름이 싫지는 않았다.

늪지대 언덕에 집이 있는 물소는 늘 물소를 몰고 다녔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그는 눈을 뜨면 물소의 숫자를 세고 등에 멍에는 채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진짜 물소와 물소는 하루 종일 늪지대에서 살았다. 특별히 일이 없어도 물소와 물소는 늪을 벗어나지 않았다. 첨병보다도 뒤의 대원은 물소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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