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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3-29 00:50 (금)
77.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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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7.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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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그는 죽은 대원들의 숫자를 셌다. 돌아오지 않은 대원은 모두 13명 이었으나 그가 확인한 숫자는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주변을 더 확인 한 후 부대장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복귀해야 하는지 그는 방향을 잡지 못했다. 피는 굳어 있었고 사망자들은 부패가 시작되고 있었다.

30도가 넘는 밖이었다면 형체를 알 수 없는 해체 작업이 진행됐을 것이다. 굴속은 서늘했고 바람은 잦았기 때문에 시체들은 시간을 끌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옮기면 복잡한 절차 없이도 육안으로 대원들의 이름을 확인 할 수 있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는 적과 교전을 하거나 적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기본 임무 보다는 우선 동료들을 예를 다해 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곧 몸을 돌려 부대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갈 때는 올 때 보다 수월했다. 자신들이 설치한 부비트랩을 염려 하지 않아도 됐다. 전진하면서 이미 위치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걷거나 구부리지 않고 가장 빠른 자세로 거의 뛰다 시피해서 부대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보고 만지고 확인한 상황을 정확히 말했다.

그리고 빨리 밖으로 꺼내야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한 마디 덧붙였다. 잠자코 듣고 있던 부대장은 적의 동태를 물었다.

그는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으므로 동료들의 시체처리가 우선 급하다고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 했다. 그 순간 첨병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늦었다.

원하던 대답을 듣지 못한 부대장은 손을 뻗어 부대원의 코를 잡고 비틀었다. 그리고 그가 들리도록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소리가 작다고 해서 욕의 의미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첨병은 고개를 떨궜다.

죽은 자를 위하는 것은 산자를 욕되게 하는 짓이었다. 적의 복수가 먼저였다. 그것이 죽은 자에게 최고의 예를 표하는 것이었다. 대원과 부대장은 이 점에서 생각이 이렇게 달랐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첨병은 부대장을 존경했다.

그에게 아버지 같은 어떤 단호한 감정을 느꼈다. 아버지는 평소에 온순 했으나 어떤 결정을 내릴 때에는 대단히 엄격했다.

그리고 잘못했을 때는 잘 못의 경중에 따라 벌을 내렸다. 지금 자신은 아버지에게 벌을 받아도 쌀 만한 잘 못을 저질렀다. 죽은 자에 대한 예의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적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그 것보다 더 큰 예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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