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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정확한 상황파악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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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정확한 상황파악은 불가능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7.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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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추격조가 여러 개일 경우 아군끼리 오인 사격을 염려한 때문이었다.

아무리 지리에 익숙하다고 해도 돌발 상황까지 미리 대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순식간에 일어나는 총격전에서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식스틴과 AK 소총의 소리를 구별해 내는 것은 동굴 속에는 어려웠다. 울림이 있는 이 곳은 지상과는 달랐다. 총소리로 피아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아군은 적이 있는 곳과 반대편인지 아니면 이쪽인지 알 길이 없었다.

지휘부는 이 것 때문에도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홈에서 당한 치욕을 갚아야 한다는 강경파의 주장을 막기는 힘들었다.

비록 아군끼리의 오인 사격이 발생한다고 해도 적을 그대로 살려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고 그 것에 반대하는 참모들은 아무도 없었다.

선발된 3개조 9명은 각기 다른 루트를 따라 애초 전투가 벌어졌던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동 거리는 짧은 조의 경우 1킬로 정도 였고 긴 조는 3킬로 미터에 달했다.

그 만큼 동굴은 길었다. 길었기 때문에 들락날락 하는 문도 여러 개였는데 이들은 일부러 먼 문을 통해 굴속으로 잠입했다.

애초 굴속에는 일개 대대 정도의 병력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철수한 상태여서 현재 굴속에는 적의 특수부대 9명과 아군 중사와 부대원 2명 등 도합 11명이 전부였다.

숫자에서나 지리적 특징에서나 아군이 절대 불리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아군 2명은 탈진해서 쓰러진 상태였고 1명은 사망했으니 전투력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게임은 시작도 전에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적이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적은 아군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이것은 아군도 마찬가지였지만 추격하는 적군에게 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더군다나 이미 빠져 나갔는지 아니면 지원군이 도착해 더 늘어났는지 상황 파악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적의 숫자와 아군이 지금 처한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첨병의 말과 자신의 경험을 섞어서 판단을 내린 적의 부대장은 첨병에게 앞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 돌아와서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첨병은 불안한 기색을 보였으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계속해서 사이를 두고 뒤따라오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을 더하지 못했다.

부대장은 짧고 단호하게 지시했다.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첨병은 부대장과 잠시 손을 잡았다 놓았다. 그리고 곧 앞으로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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