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통각수용기가 없어서 간에 문제가 생겨도 통증을 비교적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간과 관련된 질환은 거의 알아챌 정도로 아프면 이미 치료할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이 있을 정도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과 관련해서 주의해야할 점은 무엇이고, 간과 관련된 위험한 질환, 특히 간암의 주요발병원인은 무엇일까?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정승원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간과 간 관련 질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

◆간암의 원인과 치료, 그리고 예방은?
간 관련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간암은 암 사망률 2위를 놓고(1위는 췌장암) 위암, 폐암과 다투는 3대 암 중 하나로, ‘소리없는 암살자’라고 불린다.
간 자체가 혹사당하기 위해 설계된 장기라서 전체 간 중 50%가 망가져도 아무 증상이 없을 수 있어 환자 본인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암도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상태까지 진행되도록 별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간암의 주요 발병 원인에 대해 정승원 교수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인 B, C형 간염, 그리고 이러한 만성 간염에 의해서 발생하는 모든 간경변은 다 간암의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며 “알코올에 의한 알코올성 간경변, 그 외에도 자가면역간염이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진행돼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의한 간경변 등, 모든 간경변도 간경변의 원인에 관계없이 간암의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 외에도 땅콩 등을 오염시키는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 B1등에 오염된 땅콩 등을 먹게 되어도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간암의 치료에서는 전신치료 중에서도 면역 치료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간암의 전신치료로는 암의 세포내 신호전달체계를 표적으로 하는 분자표적치료제와 암세포를 공격하는 내부의 면역체계를 돕는 항암 면역치료제가 있다”며 “이중에서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는 최근에 개발돼 다른 암종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새로운 면역치료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니볼루맙(nivolumab)은 programmed cell death receptor-1(PD-1)을 억제하는 정맥주사용 재조합 IgG4 단클론항체로 간암 치료에 적용 중”이라며 “이 외에도 면역 기전을 이용한 여러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고라페닙은 혈관신생, 종양발생, 전이, 종양면역등의 신호를 차단하는 경구용 분자표적치료제로 이전부터 사용해 오던 경구용 항암치료제인 소라페닙 치료 후 진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치료제로 투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술과 간, 이 둘의 상관관계는?
간 건강에 있어 술은 매우 중요한 위험인자로, 또한 술이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우리나라 간암의 10~20%가 알코올성 간 질환에서 발생하며, 술은 지방간에서 간경변/간염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되는 등 위험도가 높다.
특히 우리나라 음주문화는 폭음, 과음하면서 기름진 안주를 먹기 때문에 간암 발병의 환상의 조합이라고 할 정도.
정승원 교수는 “사람에서의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의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알코올 남용 후 일차적으로 간세포의 지방축적이 일어난다”며 “지방조직에서 간으로의 유리지방산의 유입이 증가하고 지방분해가 감소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의해서 미토콘드리아와 미세소관들이 손상을 입고 그 결과 NADH(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산화의 감소와 초저밀도지질단백(very lowdensity lipoprotein, VLDL)이 축적된다”며 “그 다음 단계로 간세포에 염증세포가 침윤되어 알코올성 지방간염이 발생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염증과정의 반복과 상처 치유 반응 과정에서 과도한 콜라겐이 축적돼 간의 섬유화를 일으켜, 섬유화가 심하게 진행되면 간경변에 이르게 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정승원 교수는 지난해 대한간학회가 주최(공동주최: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연구회)한 국제 간연관 심포지엄, ‘The Liver Week 2017’에서 ‘남성에서 술의 섭취 정도와 간경변증 발생 위험성: 메타 분석’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 교수가 발표한 연구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하루 0.01-10.0g 음주 군과 비교하였을 때 간경변증 발생 상대 위험도는 하루 10.1-20.0g 음주 시 1.57 (95% CI: 1.17-2.09), 하루 20.1-40.0g 음주 시 3.23 (95% CI: 2.43-4.31), 하루 40.1-60.0g 음주 시 10.58 (95% CI: 7.75-14.44), 하루 60.1-120.0g 음주 시 22.29(95% CI: 16.15-30.77), 하루 120.0g 초과 음주 시 35.03 (95% CI: 23.27-52.74)로 확인됐고 46세에서 65세 군에서 다른 나이 군에 비해 명백하게 위험도가 높음(RR 2.33, 95% CI: 1.52-3.57)을 보여젔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음주와 간경변의 발생률과 알코올 섭취 용량에 대한 간경변의 발생 그리고 음주에 따른 연령별 그룹(40세 이하, 41-65세, 66세 이상)의 간경변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간경변 발생은 알코올 섭취량(0.01-10g/day, 10.1-20.0g/day, 20.1-40.0g/day, 40.1-60.0g/day, 60.1-120.0g/day, >120.0g/day)에 따라서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남녀 모두 41-65세 연령층에서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며 “알코올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간경변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특히 41-65세 연령층에서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을 위해 지켜야할 것들은?
정승원 교수는 환자들에게 간 건강을 위해 중요한 3가지를 조언했다.
정 교수는 “간 보호를 위해 중요한 첫 번째는 예방접종이다. 만성 간염들로 인한 간경변이 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두 번째는 음주문화인데, 우리나라 음주문화는 술을 권하고, 술잔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평소 주량보다 많은 술을 먹게 되는데 여성분들은 한 두잔 정도, 남성 분들은 두 세잔 정도 마시는 적절한 음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외로 수면을 쉽게 생각하는 환자들도 많은데, 최근 연구보고에 따르면 수면은 몸의 면역력과 관계가 많다”며 “충분한 수면은 모든 질환과 관계가 있고 간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높은 칼로리 섭취에 비해 운동량이 줄어들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급증하고 있다”며 “가만히 앉아있기 보다는 운동을 하고 가벼운 산책보다는 땀을 흘리고 심박수를 올리는 운동을 하는 걸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승원 교수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간에 좋다고 아무 약이나 먹다가 간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심한 경우엔 간 이식을 받아야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며 “건강기능식품, 한약 모두 조심해야하고 양약이라도 사람에 따라 약물대사가 다르기 때문에 항상 필요한 약만 먹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