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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그의 예민한 후각은 타고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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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그의 예민한 후각은 타고난 것이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7.12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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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첨병은 특히 후각이 예민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냄새에 의존해 적을 탐지해 왔다.

깊은 숲속의 짐승처럼 멀리서 불어오는 한 줄 기 바람에도 사냥감을 정확히 찾아 냈다. 사냥감의 종류와 크기까지 냄새로 판별하는 맹수의 코는 타고난 것이었다.

그의 부모는 이 전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전쟁에 참여해 왔다. 부부 전사였던 그의 부모는 숱한 전과를 전투에서 올렸으나 그가 어린 나이에 동시에 사망해 그는 부모 얼굴 조차 기억에 없었다.

그러나 부모가 그에게 물려준 것은 적을 탐지해 내는 동물적 감각이었고 특히 냄새에 관한한 누구도 그를 따를 자가 없었다. 첨병을 자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고 그의 부대장은 그에게 앞을 맡겼을 것이었다.

그는 또 용감했는데 이것도 모두 유전자 덕분이었다. 적 앞에서 뒷걸음질 치지 않는 과감한 결단은 그를 용사로 만들었고 부대원들은 모두 그에게 생명 연장의 꿈을 기대고 있었다.

그는 중사와 같은 존재였다. 그가 맡은 냄새는 적군의 피가 아닌 아군의 피였다. 그 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피가 서로 섞여 있었다.

전우들은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한 군데서 몰살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직감적으로 적어도 10여명 이상이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끔찍했던 순간을 상상하면서 조심스럽게 발을 한 발씩 떼었다. 이렇게 여러 명의 냄새가 한꺼번에 오는 경우는 그 전이나 그 후방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웠다.

시체 앞에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그 뒤에는 어떤 일들이 꾸며 지고 있는지 가늠되지 않았다.

깨끗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에서 나는 냄새는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멈춘 그는 뒤를 돌아 자신에게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는 부대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전방 50미터 부근에서 아군이 무더기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그는 조심스럽게 확신에 찬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사망자들의 전에 그러니까 전방 20미터나 30미터 혹은 40미터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강한 냄새가 앞선 냄새를 집어 삼낀 결과였다. 이어 그는 시체 뒤의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말을 더듬었다.

부대장이 어떤 지시를 내릴지 기다리면서 그는 시체의 냄새로 보아 사망한 지 5일 이내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의 짐작은 정확하게 일치했다. 중사 일행이 적들에게 선제공격을 했던 시점이 바로 그 날 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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