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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땅의 온기를 느끼며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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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땅의 온기를 느끼며 그대로 쓰러졌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7.05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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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행의 순간은 다가왔으나 대원은 주저했다. 등 뒤에서 공격은 비겁할 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완전한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중사가 빈틈을 보일 때 기습공격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무작정 계획을 뒤로 밀릴 수 는 없었다. 대원은 어느 순간 결정하고 결정하면 바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을 다잡았으나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알지 못했다.

다가 왔으나 정확한 감행 시행이 필요했다. 이럴 때 중사가 한 마디 해준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앞서가던 중사는 그러나 대원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임박했으나 정해지지 않은 시간을 앞에 두고 초조한 것은 대원이었다.

한 번의 실수는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설사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는 중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 있는 동안은 죽는 것만큼이나 고달플 것이다.

대원은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어깨가 아래로 처지고 잡았던 소총도 총구가 땅에 끌릴 정도로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발자국을 옮길 때도 절도나 조심성 보다는 끌고 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힘겨웠다.

대원과 중사의 거리는 조금 멀어졌다. 어둠 속이라 해도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3~4보 후미가 아닌 5~6보 떨어진 거리는 비록 한 두 발자국이라고 해도 차이가 컸다. 그런상태가 지속됐다.

대원은 더 벌어지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사이가 더 떨어져 있음을 깨닫았다. 중사의 움직임은 여전히 기민했고 찍는 발자국의 힘도 줄어들지 않았다.

두 사람의 간격이 벌어졌으나 중사는 게의치 않고 앞으로 계속 전진했다. 대원은 어느 순간 이대로 서로 떨어져 있으면 어떨지 번득 생각이 스쳤다.

앞서가던 중사가 적의 기습으로 죽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낙오된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 둘 다 살 수 있기도 하고 하나만 살 수도 있었다.

대원은 맥이 풀리자 그 자리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이 순간 그는 중사가 걷어 차거나 착검한 총으로 찔러도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이 들었다.

만사가 귀찮았다.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차가운 감촉대신 포근한 이불위처럼 대원은 땅에서 올라오는 온기를 온 몸으로 받으면서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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