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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상황은 둘 중의 하나만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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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상황은 둘 중의 하나만을 선택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7.0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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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사가 대원을 아는 만큼 대원도 중사에 대해 잘 알았다. 그러므로 서로 순간을 노렸다. 착검을 하기로 하고 두 사람은 잠시 벽에 기대섰다.

그리고 탄티 부근을 만지면서 대검 집에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어둠 속에서 대검의 날이 번쩍인다고 생각했으나 그 것은 빛이 되어 나타나지는 않았다.

여전히 칠흑 같은 밤이 두 사람을 둘러쌓다. 밝은 낮에 낯빛을 보았다면 그들은 모두 납빛으로 창백해져 있을 것이었다.

살인의 순간에 두 사람은 잠시 주춤 거렸다. 중사는 혹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귀중한 대원의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큰 전투력 상실을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아무리 담력이 뛰어난 그도 아무도 없는 적지에서 단신으로 적과 맞서 싸울 용기는 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착검을 마친 중사는 대원이 마저 그러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 대원도 결정을 했으나 언제 실행에 옮겨야 할지 망설였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평생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그도 중사와 같은 고민을 잠시 동안 했다.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직속상관을 살해하는 것은 군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치명적인 것이었다. 살아야 한다는 충만한 기운 앞에서 대원은 이런 감정을 되씹으려 조심스럽게 착검을 했다.

이제 칼 날 때문에 아무리 붙어 간다고 해도 등을 댈 수는 없을 것이다. 벼려진 칼은 총구를 들이미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대원이 망설이는 것처럼 중사도 망설였다.

놈을 해치우려면 지금이 적기였다. 서로 마주보고 있을 때 그리고 호흡으로 전해오는 거리를 따졌을 때 찌르기에 아주 적당한 위치였다.

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잡은 손을 앞으로 쭉 내밀기만 하면 됐다. 이것은 대원도 마찬가지였다. 서로는 서로 찌르기에 적당한 위치에서 서로 마주보고 서 있었던 것이다.

대원은 더는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계획은 틀어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았다.

살아서 고향땅을 밟아야 하는 것은 중사가 아닌 자신이어야 했다. 둘이 다 같이 그랬으면 좋으련만 상황은 둘 중의 하나만을 허락하고 있었다.

대원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숨소리가 들리는 지점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각도를 재면서 총구를 들어 올렸다.

중사는 아직 등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때 중사는 이제 가자, 하고 나직이 말했다. 가자는 말에 대원은 들었던 총구를 내지르지 않고 허공에 멈춘채 잠시 기다렸다.

가자, 중사가 한 번 더 말을 하고 몸을 돌렸다. 이 순간 적외선 카메라로 중사의 모습을 살펴보았다면 몸을 획 90도로 돌려서 빠르게 앞으로 몸을 숙이는 장면이 될 것이다.

기회를 놓친 대원은 짧게 예라고 대답하고 중사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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