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03 12:27 (금)
해외 의사파업 사례 살피는 의협, 폭풍전야
상태바
해외 의사파업 사례 살피는 의협, 폭풍전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6.29 0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정책硏, 사례 고찰…최대집 회장 "역량 끌어올릴 것"

2000년 의약분업 이후로, 의사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인 의사 파업, 의사 단체행동에 대해 국내외 사례를 고찰해보고,  단체행동시 의협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지난 28일 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월간 RIHP 세미나-’의사 단체행동‘에 관한 고찰’을 통해 해외 의사 단체행동에 관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전 세계 의사들이 단체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근로조건 향상’으로, ▲임금조정, 수가 지불제도 개선 등 ▲근로시간 조정 ▲인력 증원 ▲의학 연구 지원 ▲의료체계 및 시스템 개선 ▲기타 근로환경 및 조건 개선을 위한 이유 등이 주된 이유였다.

 

먼저 의사 단체행동 중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유사한 보건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은 의사의 보수, 인력증원 등 근무조건을 향상해달라는 이유에서 굉장히 많은 파업을 진행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이 중 지난 2000년 3월, 임금 동결안에 반대해 217일간 계속된 의사 단체행동은 이스라엘의 공립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및 전공의 1만 5000여명이 참여했다.

당시 파업을 진행한 이유는 재무부 장관의 의사 임금 동결안에 반대하기 위함이었고, 당시 이스라엘 의사들은 응급실, 분만실, 종양내과 외래 제외 모든 외래진료와 비응급수술을 모두 거부했다.

이스라엘 의사협회는 정부에 ▲병원근무 전공의 일당 2배 인상 ▲개업하다가 종합병원에 가서 일하는 시간 동안의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 ▲평상시보다 밤 혹은 주말에 수입을 더 올리는 현재 의사수입체계의 변화 ▲종합병원 근무 의사들의 지역 의료행위 허용 ▲연구분야 근무 의사 급여 인상 ▲현재 건강보험 내 환자들의 의사 선택권 부여을 요구했다.

파업 결과 ▲의료제도 개선위원회 구성 및 운영 ▲의사 봉급 13.2% 인상 ▲의사 총급여의 고정부분 35%에서 50% 인상 ▲연금보장 연장 ▲당직 24시간 이내 등이 이뤄졌으며, 재미있게도 ‘향후 10년 동안 파업할 수 없다’라는 조건도 있었다. 이 조항 때문에 이스라엘 의사들의 다음 파업은 정확히 10년 뒤인 2010년에 이뤄졌다.

영국은 지난 1975년 발생한 전문의 및 수련의 파업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영국 의사들은 1~4월, 11월에 나눠 두 차례에 걸쳐 파업을 진행했는데, 1~4월은 전문의가, 11월은 수련의들이 파업을 주도했다.

1~4월까지 진행된 전문의들의 파업은 새로 임명된 영국 보건부 장관이 기존 전문의가 NHS 업무 이외 개인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려고 시도해 이뤄졌다. 당시 영국 전문의들은 준법투쟁을 벌이며 근로시간 외의 근무 및 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거절했고, 그해 12월에는 전문의가 오직 응급의료에 해당하는 진료업무만을 행했다.

전문의들의 파업은 개인병원을 운영할 권리를 계속해서 행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마무리됐다.

11월 이뤄진 수련의들의 파업은 과도한 업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급여로 고통 받고 있었던 수련의들에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조항이 포함된 새 근로계약이 제시됐기 때문이 발생했다.

12월 정부와 협상에  도달할 때까지 수련의들은 주당 40시간만을 근무해 오직 응급진료만을 제공했고, 파업 결과 기존의 근로조건으로 돌아왔다.

독일도 의사 파업 사례가 존재한다. 독일 의사들은 2006년 2006년 1월 26일, 3월 24일, 6~8월 동안 저임금 및 근무조건 개선을 위한 파업을 진행했다.

독일 병원의사들이 병원의사 노조인 ‘마르부거 연맹’을 구성, 노조 위주로 파업이 진행됐고, 노조는 대학병원 경영진에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대학병원 경영진들은 병원의사의 급여를 8~18% 인상하기로 합의했으며, 의사의 주당 최대 근무시간을 48시간으로 했다.

이를 본 독일 시립병원에서 근무 중인 공공의사들이 병원의사와 동등한 조건을 제시하면 총 8주간의 파업을 강행했는데, 이들 역시 마르부거 연맹을 통해 시립병원과 협상 타결, 협상의 결과로 공공의사 역시 병원의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항상 성공한 게 아니라, 실패할 때도 있었다.

이스라엘 의사들은 지난 2011년 4~11월꺼지 8개월간 파업을 진행했지만 협상에 실패했다. 당시 이스라엘의사협회는 ▲병원수용력 확대 및 의사인력 1000명 충원 ▲급여 2배 인상 ▲의사 인력 부족 진료과 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의사 진료시간 단축 등 공공의료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병행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영국 역시 실패한 사례가 있었는데 지난 2012년 6월 21일 단 하루동안 진행된 파업이 그 사례이다.

당시 영국은 개원의가 은퇴할 경우 충분한 연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정부가 지난 2015년 은퇴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연금기여금을 8.5%에서 14.5%로 높이려고 했다. 이에 영국의사회는 응급진료 제외한 총파업을 진행했다.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의사들의 파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62%가 의사파업에 대해 반대, 국민의 92%가 의사의 소득이 높다고 응답하는 등, 의사들의 파업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연금기여율이 14.5%로 인상돼, 영국의사파업은 실패한 것으로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의사 파업 역시 실패한 사례로 꼽혔다. 1985년 온타리오 주정부는 환자본인부담 추가 청구 폐지 정책 시행 계획을 발표했고, 이듬해 6월 12일 의사들이 진료비 중 환자본인부담을 추가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지역 의사 1만 7000명 중 절반 이상이 휴진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의사 직업군에 대한 이미지 손상만 남게됐다는 평이다.

이외에 우리나라에 시사할만한 의사 파업 사례를 소개했는데, 대표적으로 프랑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2014년 12월, 2015년 3월, 11월에 걸쳐 프랑스 의사들은 영국 NHS 시스템을 모델로 한 새 건강보험 개혁(제3차 지불의무제도) 반대 및 기본 진찰료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프랑스 보건부 장관 마리졸 투렌느는 영국의 NHS 시스템을 모델로 한 새 건강보험 개혁안을 제시했는데, 국가 보건 예산을 절감하는 광범위한 법안의 일부로 2017년부터 제3자 지불의무제도(환자가 의료진찰비를 선불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자가 직접 지급하는 방식)를 일반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제3자 지불제도 시행될 경우, 환자의 첫 방문은 무료이며, 의사는 보험자로부터 진료비 전액을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해, 지불지연 및 행정업무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프랑스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고, 2017년 10월 30일 제3자 지불의무제도 폐지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해외의사들의 집단행동 사례를 살펴본 의료정책연구소는 “해외 의사들은 응급의료, 산부인과, 종양내과 등 국민의 건강권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의료는 계속 제공하면서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의사들은 단체행동을 함에 있어 필수진료는 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얻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대집 회장, 6개월간 집단행동역량 고도화 작업 진행
이날 의료정책연구소 월간세미나에 참석한 의협 최대집 회장은 다음달 하순부터 6개월간 전국순회를 통해 집단행동역량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최 회장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꼭 필요한 경우에는 해야 한다”며 “다음달 하순부터 전국 순회를 통해서 집단행동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당장 집단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현재 의료계는 이에 대한 역량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다음달 하순부터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전작업들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정부와의 대화는 진정성을 가지고 응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지만 언제든지 결렬될 수 있다”며 “뇌·뇌혈관 MRI 문제만 봐도 의협은 7개 전문학회와 입장을 함께할 것이고, 단 하나의 학회라도 의견을 냈는데 정부에서 수용할 수 없다면 의협은 협상을 결렬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은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되길 바라고 있고, 되도록이면 의사 집단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어쩔 수 없이 나서야한다면 과감하게 나설 것이고, 국내 의료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의 강도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