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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생존 게임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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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생존 게임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6.27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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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게임은 끝났다. 중사가 대원을 첨병으로 세우는 일은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사는 잠시나마 착각에 빠졌다.

살기 위해서 대원을 앞세운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앞장서서 걷으며 생각했다. 그의 급한 성격은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숨어 있는 적을 향해 식스틴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하는 것이었다.

본능적인 살육 정신이 중사의 온 몸을 바짝 조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조심스러웠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야 했다. 알 수 없는 치솟는 적개심을 다리는 따라가지 않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중사는 노련했다. 그는 한 손으로 벽을 집고 다른 한 손으로 총구를 조심스럽게 허공을 향해 내저으면서 한 발 한 발 걸음을 떼었다.

마치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아이처럼 금방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질 것처럼 신경을 곤두 세웠다. 그 뒤를 대원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따라 붙었다.

대원의 마음은 여유 그 자체였다. 조금 전 만하더라도 죽음의 공포가 온 몸을 감싸고돌았으나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그는 마음속으로 중사를 존경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하에게 선두를 맡기고 작전을 지휘하는 것은 상사로서는 당연히 피해야 할 조치였다.

마음이 느긋해 지자 대원은 다른 생각을 품었다. 적을 제압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되돌아 나가서 밧줄을 타고 올라갈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중사는 죽고 자신은 살아남아서 나가는 방안이 유력했다. 이 경우 되돌아 올 길을 미리 암기하지 않으면 굴 속에서 굶어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원은 다시 마음을 다 잡고 마치 보이기라도 하는 듯이 뒤를 돌아보면서 왔던 길을 쟀다. 다행히 둘 다 살아 남아서 밧줄을 찾는 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앞서가는 중사의 뒷 등에서 살기가 가득 전해져 오고 있음을 대원은 눈치챘다. 저런 기운으로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고는 후퇴라는 말은 없을 것이다.

중사는 반드시 피를 보고나서야 돌아갈 길을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대원은 중사의 죽음외에 다른 예외사항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어느 순간 피비린내가 두 사람의 정신을 아득하게 했다. 대원이 죽은 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아직 피 냄새는 굴 속에 퍼져 있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대원의 쓰러지 모습을 상상하면서 중사는 발길로 시체 주변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 대원을 스쳐 지나갔다.

대원도 중사처럼 발길을 조심하면서 뒤 따라랐다. 여기까지 오자 대원은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여겼다.

일단 피비린내 냄새를 찾아서 오면 그 다음은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죽은 대원이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대원은 적들이 죽은 대원의 시체를 옮겨 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 듯이 오른 손 주먹을 세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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