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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12:11 (금)
61. 의외의 성과에 막연한 기대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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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의외의 성과에 막연한 기대감을 걸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6.25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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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왔던 길을 되 집어 갔다.

되 집어 간다고는 했지만 사실 방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눈에 익을 리가 없는 깜깜한 밤하늘 같은 길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앞장섰던 대원은 식스틴 덮개를 잡은 손이 축축하게 젖어 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길을 찾기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무모한 도전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이 늦게 온 것에 대한 후회였다.

조금 전만해도 치솟던 용기는 어느새 죽음처럼 깊은 어둠 속에서 깡그리 사라져 버렸다. 한 발작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자청해서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이 행복할 수만은 없었다.

신앙심이 깊은 늙은 순례자라해도 이런 길은 마다할 것이다. 중사는 괴로움으로 앞서던 발걸음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처음에 중사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대원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총구로 대원의 등을 꾹하고 찔렀다. 의도적인 것으로 어느 정도 아픔이 전달됐다.

대원을 몸을 돌려 뒤돌아 봤다. 중사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대원이 모를리 없었다.

"방향감각이 없어요."

대원은 핑계거리를 찾다가 이렇게 말했다. 중사가 한 번 더 총구를 들이밀었다. 이번에는 버클에 정확이 닿았다. 쇠와 쇠가 부딪치자 작은 파열음이 울렸다.

좁은 공간의 빈틈 없는 소음 속에서 나는 소리는 여운이 길었다. 대원은 그 것이 자리를 바꾸라는 신호라기 보다는 빨리 움직이라는 명령으로 들었다.

중사는 결코 앞서 갈 생각이 없었다. 적이 쏜다면 대원은 인계철선이 될 것이다. 자신의 방어막을 스스로 제거하는 어리석은 중사가 아니었다.

그는 머뭇거리는 대원을 향해 짧고 강하게 ‘빨리 가’ 라고 다그쳤다. 대원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으나 중사는 대답대신 총구로 다시 배를 찔렀다.

배꼽 부근에 작은 파동이 일었고 중사는 찔린 것이 총구가 아니라 대검의 날은 아닐까 생각했다. 대원은 앞서갔다.

등 뒤에 바짝 붙은 중사의 숨소리가 들렸다. 어디로 갈지 가늠할 수 없었으므로 대원은 발 길이 닿는 곳을 따라 아무렇게나 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왔던 곳을 기억삼아 제대로 가려고 했으나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잘 못된 길은 자꾸 가게 될 경우 중사는 짜증을 낼 것이고 급기야 자신과 위치 바꿈 할 거라는 계산이대원이 머릿속을 채웠다.

분명히 잘 못 된 길을 가고 있다고 대원은 생각했으나 중사는 수정할 마음이 없었다. 그는 어차피 따라가 봐야 적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차라리 아무렇게나 가다보면 의외의 성과가 있을 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그런 생각을 압도했다. 중사는 대원이 마지 못해 가고 있으며 내키지 않는 걸음을 떼고 있음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는 수정을 지시하기보다는 등에 착 달라 붙어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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